처음으로 이 글을 쓰기로 한 날 밤, 저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잠이 오지 않았기에 이걸 쓰기로 했다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제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모으는 일을 해오고 싶었고, 한 때는 남들 몰래 — 사실 몰래라고 하기에는 다 공개된 블로그나, SNS를 통해 남긴 거였지만 아무도 본 적이 없으니 아무튼 — 이렇게 글을 쓰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정확하게 말하면 고등학교 때부터 2018년에 첫 회사에 들어갈 때까지 저는 글 쓰는 직업을 꿈꿔왔습니다. 계기는 고등학교 때 끄적이던 시를 본 친구의 추천, 그리고 교내 문예 대회에서 상을 받을 것을 계기로 생긴 교내 문예부 동아리에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사실 동아리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것이, 1학년 때 생겼지만 활동도 없다시피 했고 구성원들이 누군지조차 잘 알지 못했던 동아리였기에 2학년이 되면서 동아리는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죠.10년이 넘은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아마 그때 문예창작학과를 준비했던 1년 선배가 생기부에 뭔가 한 줄 넣으려고 선생님과 함께 동아리를 만든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나름 축제 때 시화전도 했으니 마냥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고, 저도 생기부에 문예부 한 줄 적혔으니 저도 얻은 건 있는 거겠죠.
그랬던 아이가 대학교에 가서도 글쓰기의 끈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제 보물상자(?)를 열면 18살, 창창했던 대학교 새내기의 감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노트는 새내기를 거쳐 제 군생활 동안 잠자고 있었고, 제대 이후에도 잠깐 쓰이다 이후 블로그에, 인스타그램에 기능을 뺏기며 창고에 들어갔습니다. 첫 직장을 다니면서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지금은 꺼내볼 일이 없는 추억의 한 조각이 되었지만, 그 공책이 제 상자에 있는 한 제가 가진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몇 년을 버렸던 글쓰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요즘 통 밤에 잠을 못 자기 때문입니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니 답답해서 다시 인터넷 방송도 하고, 최근에는 팟캐스트라는 걸 시작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더군요.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건, 저는 말보다는 글을 더 잘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팟캐스트도 대본을 써야 하고 그 대본을 통해 제 생각을 말로 하는 공간이지만, ‘이렇게 말해야지, 저렇게 이야기해야지…’ 하면서도 결국에는 100퍼센트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고 녹음을 반복하는 건 가뜩이나 발음 때문에 두 번, 세 번 다시 녹음을 하는 상황에서 주 4회, 각 30분짜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말 그대로 시간이 부족하더군요.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계속해왔던 것은 완성될 때까지 몇 번이고 쉽게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얼마든지, 그리고 아주 쉽게 — 영상이나 사진의 가공과정에 비해 — 내용을 추가하거나 고치고 지울 수 있다는 점이 제가 글쓰기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어? 글도 책으로 나오거나 인터넷 게시글이 박제되면 고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지우고 고칠까 싶어 지는데, 이런 말조차도 이렇게 남기는 것으로 제가 이 글을 두 번, 세 번 생각해서 쓴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에 지우지 않고 남길 수 있는 거죠.
참고로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은, 이 글은 아직 ‘완성되기 전’에 고쳐졌다는 것이죠.
글을 쓰다 보니 졸음이 오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잠이 오지 않으면 글을 조금씩 써봐야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얘를 어디에 어떻게 공개를 해야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공감을 할까?’ 고민하고 있지만, 점점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만약 공개된 글이 된다면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