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만드는 벽돌

2024년 4월 8일과 9일에 걸쳐 생각하다

by 리르리안

오늘이 월요일이었나요, 화요일이었나요? 백수의 삶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날짜 개념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어머니가 주 2회 운동을 나가시고 수요일에는 꼭 성당을 가시기 때문에 조금은 덜한데, 가끔 운동을 나갔다 와서 이렇게 자리에 앉으면 멍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런치를 켜고 글을 조금 써보면 정신이 돌아오게 됩니다.




최근 뉴스에서 본 건데,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벽돌을 들고 건너자는 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운전자들이 보행자의 손에 있는 벽돌을 인지하는 것으로 속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하네요. 심리적으로도 마케팅적으로도 자극적입니다. 생각해 보면 길가에서 누가 벽돌을 들고 있으면 저라도 피할 것 같습니다.


이걸 보니 예전에 비슷한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예능이었는지 다큐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길을 건너는 건 아니고 비 오는 날에 물이 고인 웅덩이를 사람이 그냥 서 있을 때는 무시하고 물 웅덩이를 밟으며 지나가던 — 그래서 서 있던 사람의 옷이 다 젖게 만들던 — 차들이, 벽돌을 손에 들고 보여주자 차선을 넘어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출연자 모두들 그 장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었었죠. 물 잘못 튀겼다가는 그대로 벽돌을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심리가 만든 결과입니다. 참고로 물을 튀겨서 사람이 맞게 되어 보행자가 신고를 하면 도로교통법 상 과태료 사항이니, 아예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물 웅덩이나 횡단보도의 사례 모두 운전자가 주의하지 않고 도보 위의 사람(의 존재 여부)을 무시한다는 점이 만든 결과일 것입니다. 이것이 유머로 소비되는 것도 당연히 차가, 그리고 운전자들이 사람을 다소 무시하는 경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환경 때문일 것입니다. 슬프죠.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어야 하는데, 모두들 자연스럽게 차가 먼저인 세상을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평소에는 차가 없으니 당연히 사람처럼 생각하다가도 렌터카 타고 놀러 다닐 때는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그냥 인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바뀌게 된 우회전 관련 교통법규의 개정도 생각이 납니다. 처음에 법이 바뀐다고 했을 때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엄청 헷갈리는 규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과태료 부과가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명확한 방법을 알고 나니 생각보다 달라지는 점도 없었고 내가 평소에 (잠재적) 보행자에 대해 주의만 한다면 되는 거였기에 큰 어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다니죠.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 바디캠 하나 달고 다니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조금만 상대방을 신경 쓰면 하지 않을 일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서슴없이 하게 되죠. 약간의 배려심, 참을성, 역지사지의 마음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도로 위의 안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끔씩 그 마음을 잊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잊어버릴 수 있지만, 지켜야 하는 부분을 법으로 정해두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규율을 통해 본능을 누그러뜨리는 것입니다. 법 없이 모두가 배려하며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럴 일은 없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이야기죠. 이런 식으로라도 모두가 자기중심적인 본능을 조금은 내려놓고, 숨기고 산다면 더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뭐, 그렇다고 법만으로도 지켜졌다면 벽돌을 들고 길을 건너라는 캠페인이 나오지는 않았을 테지만요.




내일은 선거일이네요. 모두 사전투표를 하셨는지, 아직 투표를 하지 않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내일 오전에 일찍 선거를 하고 약속을 갈 생각입니다. 모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하세요.


리르리안.



P.S.

제목의 사진은 다음 링크의 동영상을 캡처하였습니다.

https://twitter.com/VisionZeroYVR/status/177424283272081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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