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명절

2024년 4월 5일

by 리르리안

대부분의 학생과 직장인에게는 한 주의 마무리가 될 금요일입니다. 제가 사는 곳이 신도시의 사람들이 제일 많이 왔다 갔다 하는 주요 거리 바로 옆이다 보니, 저는 하루 종일 선거 유세 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이제는 노래를 외울 지경이네요. 재설치가 귀찮아서 겨우내 달아 놓은 창문형 에어컨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제 또래들에게 식목일은 당연히 휴일이었을 텐데, 이제는 휴일이 아니죠.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가 쉬니 나무를 심으러 갔던 기억이 있는데요. 20년도 넘은 지금은 어디다 심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 나무들이 잘 자랐는지 모르겠네요.


식목일이니, 식목일에 대한 이야기를 좀 찾아봅니다. 식목일의 기원은 의외로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24절기 중 청명 혹은 한국의 전통 명절 중 하나인 한식이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명과 한식이 모두 날짜가 양력 기준 4월 4일~6일 사이에 온다는 점, 청명이나 한식에 주로 하던 것이 조상의 산소를 찾아 사초 등 묘를 돌보는 일이었는데 이때 주로 벌초와 식목을 했다는 점에서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과거에는 이 날이 설날과 추석 못지않은 주요 명절로 이 날의 가치가 높았고, 이 날에 맞춰 성묘를 가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건국 시기 정부에서도 자연스럽게 이 날을 법정 공휴일로 정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닙니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빠진 이유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주 5일제 본격 시행으로 인한 경제계의 공휴일 폐지 요구라는 '왜 공휴일이 줄어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하나라면, 나머지 하나인 '그것이 왜 식목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식목일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일어났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사후 통계지만, 2006년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빠지자 4월의 산불 발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하니, 식목일 겸 한식이라고 성묘하러 갔다가 쉬는 시간에 핀 담뱃불로 산불을 낸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 개정의 큰 역할을 했던, 2005년 양양 산불로 낙산사가 전소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 식목일에 산에 오른 누군가가 버린 담뱃불로 인한 실화라고 추정되었죠.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날'에 '산불이 유난히 많이 난' 것은 그야말로 웃음거리입니다.


물론 식목일을 다시 공휴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면, 일부 "공휴일" 자체가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제외하면 그 명분을 대부분 "식목"의 가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3월 중순으로 날짜를 옮겨 식목일을 다시 공휴일로 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월 중순이 실제로 나무를 심기 좋은 기온이기 때문이죠(이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도 있다고 합니다).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백번 동의하는 바지만, 저는 우리의 4대 명절이었다던 한식의 의미를 되새기며 '식목일'이 아니라 '한식'을 공휴일로 두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요즘에는 추석이나 설날에도 성묘를 안 가는 경우가 많고, 조상님을 납골당에 옮겨 모시는 경우도 많아 벌초할 필요도 없어졌다지만, 짧은 생각으로는 "나무 심는 날" 보다는 "전통적으로 묘를 돌보고 제사 지내고 쉬던 날"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3월보다는 4월에 공휴일 하루 있는 게 더 좋잖아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유세방송이 끊이질 않네요. 저 사람들도 어쨌든 우리 지역,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저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까먹지 말고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당일이 귀찮으면 내일 사전투표도 가능하니까 꼭 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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