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뿌듯함'의 힘

2024년 4월 11일

by 리르리안

좋은 목요일입니다. 어디서 봤는데, 주 4일제의 장점을 어제의 임시공휴일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주 4일제를 하려면 수요일에 쉬어야 한다는 점도 잘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직장인일 때 수요일쯤 되면 반차라도 쓰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사람들은 다 똑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제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원래는 밥 먹고 가볍게 돌아다니려고 했다가, 마침 전에 갔던 수목원이 생각이 나서 거길 갔습니다. 쉬는 날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사람이 더 많더군요. 대부분 제 또래 사람들이 부모님과 함께 오거나, 제 부모님 나잇대 정도 되시는 분들이 단체로 나들이 온 것이었습니다. 가끔씩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들에게 꽃을 보여주러 나온 부부, 그리고 흰 드레스와 검은 정장의 커플이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더라고요. 아무튼, 저희 예상보다도 많은 사람과 그보다도 더 예쁜 풍경에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전망대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찾아봤습니다. 원래는 전망대 가는 길이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가다 보니 평범한 뒷산의 산길처럼 좁은 흙길 사이로 나무로 된 계단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지만 일단 길이 있으니까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10분을 가니 나오는 사거리, 한 구석에 이정표가 서 있었습니다. 300m 떨어진 전망대와, 그 반대로 1km 넘게 가야 나오는 큰 정자 하나. 어쩌다 보니 세 사람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정자를 향해 가기로 했습니다. 뭐, 가는데 20분 오는데 20분이면 될 테니까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간과했던 것이 있습니다. 뭔가 산길에 접어들면서 "철문"이라고 쓰여있는 데를 지나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그게 수목원과 산의 경계였던 것 같습니다. 수목원 자체가 애초에 입장료를 받는 곳이 아니었다 보니, 출입통제 시간이 있는 이 철문의 용도는 외부로부터 수목원으로의 출입을 막는 것이었을 테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수목원이 아니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진짜로 동네 뒷산을 타게 된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점점 숨은 가빠오고, 힘이 부치기 시작합니다. 원래도 아킬레스건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산을 잘 타지 않는데, 예상하지 못하게 산을 타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등산 스틱을 두 손에 쥔 어르신을 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사람을 벨 건 아니지만 무든 배추든 뭔가 베긴 베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30분을 들여 정자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이 정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합니다. 그리고 지도를 켜서 주변을 봤습니다. 예전에 이 주변에서 제가 인턴을 한 기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매우 가까운 정자였습니다. 어쩐지 정자 이름이 낯이 익더라니, 어쩐지 중간에 있는 이정표에 쓰여있는 목적지가 익숙했네요. 그렇게 친구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수목원을 향해 걸어갑니다. 돌아가는 길, 친구들의 말에는 불만이 가득하지만, 표정을 보면 이상한 즐거움이 보입니다.


사람은 삶 속에서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르는 결과를 예상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펼쳐질 고통을 먼저 생각해서 쉽사리 선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선택에서 예상하지 못한 뿌듯함을 얻기도 합니다. 그것은 내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기쁨이고, 더 크게 다가오는 보람입니다. 이렇게 찾아오는 뿌듯함의 기억을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글로, 그림으로 잘 저장해 두면, 나중에 새로운 도전이나 선택을 할 때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길을 걷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요.




글을 쓰다 보니 커피를 내릴 시간이네요. 빵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커피와 함께 하는 빵 한 조각은 정말 좋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글을 줄입니다.


리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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