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4일 점심, 16일 저녁
가끔은 글감이 늘어나서 좋은 날이 있습니다. 그게 이번주인 것 같네요. 자주 이런 날이 오면 글도 더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오늘은 블랙 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블랙 데이. 4월 14일에 솔로들을 위로하기 위한 날로 검은색이 들어가는 음식인 짜장면을 먹는 날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밸런타인데이처럼 (상업적 속성이 있지만) 나름 기원이 있는 날이 아니라, 화이트 데이라는 전형적인 상업적 기념일을 위시하여 생겨난 또 다른 상업적 기념일이죠.
사실 생각해 보면 일본에서 생겨난 화이트 데이가 우리나라로 수입되었을 때, 이 기념일을 주로 즐기는 10~20대에게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주었을 겁니다. 3월 14일이면 개학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을 시기고,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반에서 새 친구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라니요. 상업적 기념일인데 이렇게 주요 소비층에게 어필이 되지 않는 날이라니 말이죠. 물론 밸런타인데이도 2월 14일이면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중이니 그게 그거인가 싶기도 하고요.
밸런타인데이와 대비되는 화이트 데이의 기원은 일본이라고 합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고 밸런타인데이를 인식하고 있던 당시 일본의 문화에서 시작되어, 당시 재고를 처리하기 어려웠던 마시멜로를 팔기 위해 한 업체에서 마시멜로 데이를 만들었던 것이, 사탕을 만드는 기업들의 눈에 띄어 여기에 사탕을 얹은 결과가 화이트 데이인 것이죠. 일본에서는 4월에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2월과 3월이라는 시기 역시 한 학년의 끝에 선 시기였고, 그래서 이런 마케팅이 학생들에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죠.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사탕을 파는 날은 아니더라도 매 달 14일에 각종 기념일을 만들어 수많은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블랙 데이는 아마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날로 만들어졌지 않았나 싶습니다. 로즈 데이(5월 14일), 키스 데이(6월 14일) 등 다른 상업적 기념일과 다르게 솔로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날이기 때문입니다. 블랙 데이라는 명칭도 명확하게 화이트 데이의 정반대의 느낌을 주죠. 짜장면을 먹는 날로 인식하는 것은 1990년대에 '커플이 되지 못한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짜장면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하는 날'로 이 날이 유명해진 데서 시작합니다. 뭐, 이게 자생적으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나타난 현상을 언론이 보도하면서 커진 것인지,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날을 만들어서 퍼뜨린 것인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게 되었지만요.
아무튼, 상술에 질려 이런 '데이 시리즈'를 극도로 싫어하는 저도 이 블랙 데이만큼은 즐기게 됩니다. 거의 유일하게 식사와 관련된 이벤트를 하기 때문이죠. 올해도 최근에 한 프랜차이즈에서 3,900원에 짜장면을 팔았고, 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부모님이 일정 때문에 저 혼자 밥을 먹어야 했고, 8천 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짜장면 한 그릇에 만두 네 점까지 시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했네요. 평소에 중국집은 프랜차이즈를 잘 가지 않는데, 먹어보니 맛은 조금 떨어지는 듯해도 평균은 유지하고 있었고, 원래 가격도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상술에 당한 느낌이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만원으로 국밥에 소주를 먹을 수 있었던 세상에서 지금은 만 오천 원으로도 못 먹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을 보면 이 정도 상술은 당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네요.
글을 쓰다 보니 엊그제 먹은 짜장면이 또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그래도 자주 먹으면 질리니 며칠 뒤에 먹어야겠네요. 오늘 저녁이 고민되신다면, 짜장면을 추천드리면서 오늘 글을 줄이겠습니다.
리르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