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17일, 그리고 19일
오늘(19일) 아파트 단지 안에 야시장이 열린다고 오전부터 단지가 북적북적합니다. 저번주에는 옆 단지에 열렸었는데 이번주에는 여기서 열리네요. 이미 저번주에 즐길 건 다 즐긴 것 같아서 한 2~3주만 뒤에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저는 몇 년째 어머니와 함께 아침과 점심 사이에 커피를 마십니다. 정확하게는 동생이 커피를 좋아해서 독립하기 전에 매일 어머니와 드립커피를 마시던 것이, 제가 자택경비원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제가 할 일이 된 것이죠. 저는 드립커피를 꽤나 귀찮아하는데, 어머니께서 드시겠다고 별 수 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커피를 내립니다. 그나마 출근을 하는 주말에는 최근 저가형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사드리지만 얼마 전까지는 퇴근 후에(새벽에 출근하기 때문에 11시쯤 퇴근입니다) 커피를 내렸었고, 평일은 그대로 아침에 드립커피 한 잔 내리는 걸 루틴처럼 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실 때는 보통 빵이나 갖가지 요깃거리를 함께 먹곤 합니다. 저는 커피만 마셔도 되는데, 어머니는 꼭 이런 '커피 안주'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이 곁들임 음식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점심을 거르게 됩니다. 의도치 않게 브런치를 먹는 셈이죠. 저는 끼니는 꼭 맞춰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이왕 먹는 거 소위 '빵 쪼가리'로 배를 채우고 싶지는 않아 합니다. 빵을 먹을 것이면 햄버거나 샌드위치처럼 고기나 야채가 들어가는 '든든한 한 끼 식사'같은 느낌의 것을 먹어야 합니다. 오히려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가끔 커피 디저트로 먹는 빵 한 조각으로 배가 부르면, 사람이기 때문에 만족감은 들지만 뭔가 불쾌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한테 빵을 싫어하냐고 물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빵, 맛있잖아요? 커피 한 잔에 곁들이는 빵 한 조각만큼 커피와 잘 맞는 것이 또 없죠. 커피에 온갖 것을 넣어 달달하게 만들어 마시는 건 커피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데,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한 잔에 빵이나 케이크 한 조각을 같이 먹으면 커피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느끼하고 달콤한 느낌으로 커피의 씁쓸함을 지워줄 수 있습니다. 엄마가 '커피 안주'라고 굳이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이렇게 같은 사물을 두고도 두 가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같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소위 '미운 정', 요즘 말로 '혐관'도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상과 오래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이유를 만드는 것은 그것과 함께한 '상황'이고, 그 상황이 달라지면 내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됩니다. 미운 정이나 혐관은, 단순히 오래 봤기 때문에 정이 들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좋든 싫든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원래 더 무겁게 이야기를 써볼까 했는데, 너무 이야기가 어긋나는 것 같아서 지우고 나니, 글의 느낌이 금요일 퇴근길 직장인처럼 너무 들떠버린 것 같네요. 무거운 이야기를 빼버리니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네요.
리르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