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2024년 4월 29일

by 리르리안

무려 1주일 만에 브런치를 켰습니다. 참, 바쁜 것도 아니고 글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글을 안 쓰고 1주일이나 흘렀다는 것이 참 부끄럽습니다. 주기적으로 글을 쓸 방법을 찾아야 할까 해서 연재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주제를 정하기가 참 힘들어서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는 것은 참 좋은데, 뭔가 정해놓고 쓰려니 키보드에 손이 잘 가지 않네요. 아무튼, 오늘은 글을 쓰러 왔습니다.




가끔 저는 어머니와 동네 식자재마트에 갑니다. 동네라고 했지만 걸어서 15분 정도 가야 하니 마냥 가까운 건 또 아닙니다. 뭐, 배달로 집까지 보낼 거니 혼자 다녀오셔도 되지만, 쌀도 살 겸 밖에서 점심도 해결할 겸 같이 나가자고 하시면 집에 있는 백수는 같이 가자가 하시면 군말 없이 따라가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차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때이기도 합니다. 뭐, 차가 있었다면 유지비에 할부금 갚는다고 직장을 관두지 못했을 테니 배부른 생각입니다.


이리저리 코너를 둘러보다 보니 집에 참기름이 떨어졌다고 하시며 참기름 코너 앞에 멈춰 섰습니다. 매대를 보니 마침 세일하고 있는 두 개의 참기름이 보였습니다.

전단 세일! OO 참기름 450ml 5,900원
XX참기름 400ml 6,990원 S A L E

어머니는 두 개를 들고 이리저리 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원산지도 같고, 참기름이니 당연히 참기름 100%고, 원산지도 다르지 않고(수입입니다), 심지어는 양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1,000원이라는 가격과 참기름을 만든 회사입니다.

"그냥 싼 거 사면 되는 거 아니에여?"

"흠..."

저는 참기름이면 다 비슷한 거니까 그냥 싼 거 사면 되지 않냐는 생각이었지만, 어머니는 두 개를 더 보시며 잠시 고민하셨습니다. 힐끔 보니 전단 세일 중인 참기름이 유통기한도 더 길더라고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조금의 고민 끝에 6,990원짜리 참기름을 카트에 집어넣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선택에 의문이 들었지만 제가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굳이 싼 걸 놓고 비싸고 양 적은 걸 고른 이유를 물어보기도 좀 이상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장을 다 보고, 볼일을 다 봤으니 어머니는 먼저 집에 가시고 저는 혼자 운동을 나왔죠. 한참 걷다 보니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이었을까요, 동네 슈퍼에 갔다 온 어머니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으셨습니다.

"아니, 대파가 세일이라고 하길래 가봤더니 세일은 얼마 하지도 않으면서 파는 다 시들시들하고, 반찬거리라도 살랬더니 아무것도 들여논 게 없어~"




최근 물가가 크게 치솟은 이후 유난히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많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중국 직구 상품을 적극적으로 사곤 했는데, 예전에는 진짜 '싸지만 질 좋은 중국제 물건을 오랜 기다림으로 사는 느낌'이었지만, 요즘에는 배송이 조금 빨라졌지만 좀 괜찮은 물건들은 '세일이나 쿠폰을 덕지덕지 붙이지 않으면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입니다. 정말 싸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은 기다리는 기간이 전의 2~3배가량 길어졌거나, 아니면 가짜 상품이거나, 아니면 그 저렴하다고 낸 비용의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 상품들뿐입니다.


제 어머니도, 다른 방식이지만 저보다도 더 오랜 기간을 사시며 수도 없이 많은 이런 경험을 하셨을 것이고, 그 결과가 오늘의 선택에서 나타난 것이겠지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너무 싼 물건은 분명 어디서 하자가 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겪었던 경험에서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적정한 가격을 가지고 있는 물건을 사자는 생각이셨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다른 세일을 하지 않는 것들보다는 싼 물건이었지만, '세일을 하는 참기름은 이 정도 가격이어야 한다'는 범위 안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신 것일 테죠. 물론, 저랑 엄마가 많이 닮았다고는 하지만 생각까지 닮지는 않았으니 아닐 수도 있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여기 브랜드 참기름이 더 맛있어서라는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글감이 글을 풀어가기 좋은 소재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쓰다 보니 재미가 없고,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그래서 끝까지 써보니 답답한 글이 나온 것 같네요. 글을 다 쓰고 나서 고민이 되는 날입니다.


리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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