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13일, 14일
한 주가 시작되었다고 하기에는 내일(15일)은 스승의 날이자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누가 말하길 이번 5월이 직장인들에게는 주 4일제 체험판이라고 하는데, 정작 제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요일에 출근을 합니다. 딱히 뭔가 휴일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이런 이유에서 일까요?
얼마 전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콩나물과 오이를 사고 저녁거리로 먹고 싶은 것을 사고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냉동 코너 앞을 지나니 문득 '냉동실이 텅 비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라고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만두나 감자튀김 같이 냉동실에 쌓아두고 먹던 음식들을 안 먹은 지 꽤 된 것 같아서, 냉장고도 채울 겸 만두를 사려고 했습니다.
일단 가격부터 비교를 해 봅니다. 300g에 4천 원, 1kg에 9천 원, 이건 같은 1kg인데 세일을 안 하는 건가 만 3천 원이네? 그래도 OOO가 맛있긴 하지. 그동안 먹었던 수많은 만두의 맛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만두를 고르고 있던 그때, 제 앞에 믿기지 않는 상품이 보입니다.
1kg 8,000원 → 3,900원
아니, 어떻게 50%나 세일을 하면서 아무 강조도 해놓지 않고 홍보도 하지 않은 거지? 이상한 생각을 하며 만두 한 봉지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알게 되었죠. 소비기한 2024년 6월 24일. 보통 냉동은 짧아도 6개월, 길면 1년이 넘는 소비기한을 가지고 마트에 들어오는데, 얘는 단 한 달 남은 물건이었던 겁니다. 마트에서 5개월 넘게 갖고 있던 악성 재고이거나, 물류창고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다 소비기한 임박으로 도매가마저 세일이 되어 마트로 들어온 것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인기가 없는 상품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맛은 나름 괜찮은데 말이죠.
저번에 글을 쓰면서 이야기했던 것 같지만, 요즘 너무 물가가 오르다 보니 종종 놓치는 부분이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번 사례처럼 싼 게 비지떡일 수도 있고 이번 사례처럼 폐기할 때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더 큰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미끼 역할로 저렴한 물건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트에서 미끼상품을 걸어두는 것처럼 적절하고 적법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판매 가치가 없는 물건을 가치가 있는 것처럼 꾸며 팔거나 아예 없는 상품을 파는 것처럼 꾸며 돈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서 신종 사기수법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공개했습니다(https://www.kca.go.kr/home/sub.do?menukey=4002&mode=view&no=1003666823). SNS를 통해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처럼 꾸며 결제를 유도하고, 그 결제 정보를 이용해 구독 서비스를 임의로 가입시켜 추가비용을 결제시키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사례를 보면, 광고 페이지에 10만 원이 넘는 신발의 가격을 2,700원으로 걸어둔 뒤, 뽑기를 통해 2,700을 뽑으면(실제로는 모두가 당첨인 것으로 나옵니다) 결제를 유도하여 2,700원 결제를 하고, 1~2주 뒤에 수십, 수백만 원의 구독료를 임의로 결제시켜서 덤터기를 씌우는 것입니다. 소비자원에 보고된 사례만 3달 동안 11건이라고 합니다.
뭐, 1960년도에도 '서울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고 상경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못된 사람들이 있었고, 60년이 지난 지금은 다들 인터넷 속으로 들어가 국내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을 속이고 있을 뿐 달라진 점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항상 세상 물정을 잘 알아야 하고, 의심하고, 조심하며 살 수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은 믿음으로 끈끈해지지만, 돈과 돈 사이에는 의심이 많을수록 더 현명한 결과를 가져오니까요.
오늘 아침에 만두를 먹었습니다. 어제 먹고 남은 닭갈비 양념에 버무리니 만두에서 닭갈비 맛이 나서 참 좋네요.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고 내일 스승의 날과 부처님오신날을 의미 있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리르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