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날이 무지 더워졌습니다. 5월 중순인데 벌써 이렇게 더워진 걸 보니 올해 여름은 참 큰일이 난 것 같습니다. 창문형 에어컨이 있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은 참 마음이 아픈 날입니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아픔을 지울 수 없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남깁니다. 오늘도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LP 카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리마다 턴테이블을 구비하고, 커피 한잔과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감성이 차오르더라고요. 근데 감성을 채우자고 평소에 즐겨 듣지도 않던 음악을 굳이 LP 카페에서까지 가서 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대부분이 서울에 있어 가기도 힘들고, 괜히 LP 듣는다고 갔다가 파괴신(?)답게 잘못 건드린 턴테이블 하나 와장창 부셔버리고 올까봐 집에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쉬움에 이것저것 찾다 보니, 이런 기사가 있더라고요. 2022년 미국의 LP판 앨범 구매자 중 50%가 LP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조사되었다고 합니다(https://www.musicbusinessworldwide.com/50-of-vinyl-buyers-dont-own-a-record-player-data-shows/#). 재미있는 점은, 판매량을 비교할 때 CD보다 LP판 판매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음반 시장 자체가 실물 음반 보다는 디지털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CD나 LP를 살 이유가 없어졌기에 CD 판매량이 떨어졌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LP는 CD보다 더 오래된 물건인데도 CD 판매량보다 작다는 게 신기합니다. 우리나라도 LP를 찾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에서는 이에 대해 LP 플레이어 없이 판을 사는 사람은 그 가수의 열성팬이거나, 음악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이라고 합니다. 둘 다 그럴듯한 이론이고,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둘 중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저는 '열성팬'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그 근거는 앞서 말한 LP판과 CD의 판매량보다 판매액인데요. 2022년 기준 판매량은 LP판이 CD에 비해 25%정도 많은 것에 비해 판매액은 무려 3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LP판 자체가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판매액이 무지막지하게 크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 오히려 뒤집어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물건임에도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합리적 소비 이상을 넘어선 무언가가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정도 수치가 되려면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넘어서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죠.
사실, 이 기사를 인용한 X(구. 트위터) 게시물과 그에 대한 답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팬이기 때문에" 구매한다고 밝힙니다. 우리나라에서 포토카드 모으겠다고 아이돌 그룹 앨범을 수십장씩 사는 것처럼, LP도 좋아하는 가수의 굿즈이기 때문에 구입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LP 감성이라고 해도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듣는 더 깔끔하고 풍성한 음질의 음악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에,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듣지도 않을 LP를 구매할 이유는 없죠.
그래도 저는 이렇게 LP판이 아티스트의 굿즈로 소비되는 현상이 나쁘다고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라도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LP판이라는 실물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 그리고 실제로 지금도 거래되고 있는 수많은 명반의 LP판이 보여주는 가치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나쁠 건 전혀 없습니다. 팬들 입장에서도 팬이 아니면 거의 의미가 없는 포토카드보다는, 부담은 되지만 보존만 잘 하면 가치가 생길 수 있는 LP가 구매하기 더 좋고, LP를 즐기는 사람은 LP판이 계속 나오는 만큼 어쨌든 턴테이블 등 재생장치의 수요나 공급이 계속 이어질테니까요. 가정용 PC에서조차 ODD가 사장되어버린 오늘날에도 아직까지 CD나 DVD를 사용하는 곳이 있어 외장 ODD를 파는 것이랑 같지 않을까요. 저도 아직까지 옛날에 샀던 게임 CD를 모아두고 있는데, 언젠가는 사용해보고 싶네요.
물론, 누군가가 버려지는 LP판에 대한 쓰레기 문제를 언급한다면, 감성의 영역을 벗어나니 저는 말을 줄여야겠네요.
글 쓰는 내내 책상 위 선풍기가 신나게 바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오늘은 스스로 재미있게 쓰고 가는 것 같습니다.
리르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