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 한 달 된 음료수가
새벽에 발견된 이유

2024년 6월 15일, 6월 18일

by 리르리안

글이 잘 안 써지는 6월입니다. 도보여행기도 첫날에서 멈춰있습니다. 언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의지박약이네요. 오늘도 며칠 전의 일을 가지고 일기나 써볼까 합니다. 글감이 별로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이게 맞겠죠.




토요일 새벽. 옛날 폰에서 갑자기 모닝콜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뭐지? 저게 울린다는 건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건데?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꿈이나 환청이 아니라 진짜로 출근시간이었습니다. 물론 10분 전에 도착하도록 알람을 맞춰놓은 거라 지금부터 씻고 옷 입고 나가면 걸어서 5분 거리인 직장까지 늦지 않고 갈 수는 있지만, 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예상은 했죠. 왜냐면 채 2시간도 잠을 자지 못했으니까요.


이상하다고 할 건 없지만, 요즘 금요일 밤이 되면 밖에서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에서 갓 대학생이 된 친구들처럼 보이는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소리를 꽥꽥 질러대 창문을 열고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그럼 '창문 닫고 선풍기를 틀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창문을 닫으면 하루 종일 틀어져 있던 컴퓨터의 열기와 유난히 열과 소리에 민감한 제 잠자리를 생각하면 유난히 모터 소리가 큰 제 선풍기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결국 저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친구들도 잠을 자러 가는 2~3시가 되어서야 편하게 잠을 청하게 되죠(물론 그마저도 가끔씩 폭주하는 친구들이 오토바이 끌고 옆 도로를 지나가면 깹니다만...).


아무튼, 비상상황이니 빠르게 일어나 대충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는 가방에 보조배터리를 챙겨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가방이 무겁지는 않은데, 그 속에서 무언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흔들리는 물건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소리가 납니다. 그것도 아주 옅게 납니다. 신발을 신으려다가 뭔가 이상해서 가방을 뒤져봅니다. 가방 맨 구석에서 느껴지는 둥근 원통 모양의 무언가. 한 달 전에 샀던 음료수병이었습니다. 3분의 1 정도 남았을까요. 설탕이 든 음료수는 아니어서 썩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한 달 전에 산 기억이 있는 음료수였습니다. 그 미세한 흔들리는 소리는 남아있던 음료수가 찰랑거리는 소리였습니다.


'신경이 곤두서다'.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우리는 긴장하고, 예민하고, 민감해집니다. 중요한 일을 수행할 때 일이 그르치지 않고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의지를 가지고 집중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하면 진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도 합니다. 더 큰 사고를 예방하게 되는 '좋은 긴장감'입니다. 엊그제의 그 에피소드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람이 긴장을 하고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가 되면 감각이 예민해지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던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달이 넘게 가방 속에 방치되어 있던 음료수 병이 그 순간에 음료수 흔들리는 그 미세한 소리가 들려서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글을 이렇게 쓰다 보니 몸에서 열이 나서 선풍기를 틀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이렇게 선풍기로 열을 식힐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더 더워지기 전에 에어컨을 틀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리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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