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글이 맞아

2024년 12월 13일 오후

by 리르리안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벌써 이 공간을 방치한 지 5개월이 지났네요. 그동안 뭘 했냐고 물어본다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말마다 꼬박꼬박 아르바이트도 했고, 평일에는 이력서를 이곳저곳 내밀어 보고, 가끔 들어오는 좋은 기회에 면접을 보러 가서 아쉬움 가득한 결과만을 안고 오는 일을 5개월 반복하고 있었지만, 결과물이 없는 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노벨 문학상과 비상계엄이 동시에 찾아온 어지러운 상황에 문득 방치해 두었던 이곳이 생각이 났습니다. 무엇에 홀린 듯 이곳에 다시 들어왔고, 제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글이 맞더군요. 아무리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고 게임도 하고, 친구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다니고, 술 한잔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기분 전환 겸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결국 저는 "글"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과 편안함을 얻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군대에서도, 긴 휴학 끝에 복학하여 졸업을 준비하며 방황하던 그때도, 결국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이고 즐겁다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글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었음을 까먹지 않았음에도 왜 그랬는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완벽한 변명을 내밀기 힘듭니다.


사실, 변명할 거리는 많습니다. 글 쓸 시간이 없었다는 말도 할 수 있고, 매일 쳇바퀴 굴러가는 날들의 반복에 도저히 글감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도 할 수 있으며, 아무리 담백하게 내 이야기와 생각을 쓰더라도 뭔가 번뜩이는 글귀를 남기고 싶지만 쓰고 나면 평범한 내 글이 초라해 보여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심지어는 저조차도 이 말이 그저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네, 핑계가 맞죠.


조금 더 깊게 글을 읽어봅니다. 그런데 글 곳곳에서 알 수 없는 부담을 안은 느낌이 듭니다. 억지로 길게 쓰려고 글감을 만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름 "브런치 작가"로 이 사이트 한 구석에 자리를 받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으니 뭔가 노력해서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담긴 결과겠지만, 2%가 아니라 한 15%는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분명 저 글을 올릴 때도 두세 번은 퇴고를 했을 글이었을 텐데 — 이건 제가 글을 쓰는 스타일을 생각해 본다면 무조건 그랬을 텐데 그 결과가 나중이 되니 저렇게 읽히는 건 단순히 글쓰기가 잘 되었는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평소에 관심도 없던 이야기를, 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쓰기 위해서 자료조사를 엉성하게 한 결과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소위 각 잡고 글을 쓰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자료를 조사하고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을 테죠.


아마 제가 여기를 방치했던 게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들어와서 읽을 수 있으니 조금 더 정돈된 글을 써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좀 더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이 공간이 열리고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더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좀 더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글을 써 봐야겠습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네요. 겨울이네요. 다들 이 추위에 잘 대비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커버 이미지의 출처

Anna Shvets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266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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