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7일
반갑습니다.
어젯밤 내린 눈이 살포시 쌓인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글이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들어간다고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읽는 게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보면 정치적 또는 사회적 성향이 극단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경우, 남들을 혐오하는 것으로 자존감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쓴 글과 댓글, 유머게시판에서 유머가 아니라 진지함을 찾는 사람들까지 어지러운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소위 인터넷 트렌드나 밈(Meme)의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래야 하나 싶겠지만, 이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습관이 되어서 그냥 익숙한 대로 하고 있는 것이죠. 경로의존성입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 커뮤니티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 절반 이상은 다른 사이트의 글을 그대로 캡처해서 가져온 것들이죠. 그리고 그중 직접 쓴 글이나 사진도 아니고 유튜브 동영상의 장면 일부를 캡처해 첨부한 뒤 스크린샷 안에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글로 부연설명을 해둔 것의 비율이 꽤 많습니다. 옛날 예능에 나왔던 재미있는 장면부터 요즘 시국에 맞는 정치 관련 이슈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죠. 자극적이기 때문에 조회수를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게시글이기에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는 금지하기 때문에) 광고를 넣을 수도 없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글이 관심을 받는 것이 좋아서 다소 자극적으로 쓰거나, 그런 글을 퍼다 다른 사이트로 옮깁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요즘 들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허위 정보, 가짜 뉴스를 바탕으로 게시글을 쓰고, 그것이 가짜임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의 혐오의 댓글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지나가던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걸 전해주면 다행이지만, 수십 개의 혐오 댓글이 쌓인 뒤 소위 팩트체크하는 댓글이 올라올 때면 이미 늦었죠. 잘못된 혐오는 생산되었고, 피해자가 생겼습니다. 나중에서야 그 혐오가 잘못되었음을 안 사람들이 댓글을 하나 둘 지우기도 하지만, 한번 굳어진 비뚤어진 관점은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고 사실을 믿지 않게 되죠. 연예인들에 대한 루머가 그렇게 생겨 극단적인 길로 사람을 끌고 가기도 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가짜 정보가 누적되어 사실과 거짓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로까지 가기도 합니다.
가장 웃긴 점이 있다면, 유튜브 동영상 스크린샷을 찍은 유머글에서도 이런 현상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동영상 원본은 들고 오지도 않고, 동영상의 특성상 반드시 있어야 할 맥락을 잘라낸 채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만 집중하여 한 사람의 성향을 게시글을 쓴 사람이 멋대로 결정해 버리게 되죠. 친구들끼리는 가볍게 욕설을 해도 서로가 용납해 줄 수 있는 관계가 있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는 욕설은 물론 반말하는 것만으로 도덕적으로 잘못된, 배우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랑 비슷할 것입니다. 자세한 글 예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져오지 않겠습니다만,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다양한 주제의 "동영상 왜곡" 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싫습니다. 그중에는 특별한 목적(아마 제가 설명할 수 없는 목적일 수도 있고, 그야말로 음모론적이어서 그 또한 왜곡되어 있을 수 있기에 말하지는 않겠습니다)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글을 통해 사람들을 왜곡시키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딨 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날조 뉴스를 펼치던 한 인터넷 글과 그것을 취재했던 MBC의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난 뒤에는 세상에 내 생각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저런 글에 댓글을 달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저 하나 살기도 바쁜데 듣지도 않을 사람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자신만 힘들 뿐이고, 굳이 댓글을 통해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싸우고 설득하는 것이 너무 손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저 인터넷 세상을 믿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여우비처럼 내리던 눈이 하늘을 가리고 세차게 온 공기를 휩쓸고 다니네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귀성과 귀경길 모두 눈 사고 없이 조심히, 건강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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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VETS production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9775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