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찾아봅니다

2025년 5월 24일

by 리르리안

정말, 정말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 공간을 비워둔 지 5개월이 넘었네요. 2025년의 목표였던 취업을 이른 시기에 맞이해 버려, 적응의 시간을 계속 보내고 있다 보니 여기에 글을 쓸 여유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진짜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일의 특성상 3주를 내리 - 진짜 말 그대로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하는 일을 겪으니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도 밀리고 주변 사람들을 챙길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출근이 오후여서 밤까지 일을 하고, 오전 시간을 알뜰하게 쓰지 못하고 잠으로 날려버리고, 그렇다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릴 게임 시간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핑계가 맞네요.



아무튼, 거의 다섯 달 만에 글을 쓸 시간이 났습니다. 아니죠, 냈습니다. 지금 저는 강원도 동해시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있습니다. 물론 이 다섯 달 사이에 여행을 안 갔던 건 아니지만, 잠에 취해 느지막이 일어나 시간에 쫓기듯 떠났던 지난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숙소부터 교통편까지 예약해 두어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쓸 시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카페로 만들어진 공용 공간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토닥토닥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정말 얼마 만에 느끼는 자유, 여유, 평화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치열하게 살아왔던 걸까요.


가만히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봅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흐릿흐릿한 회색빛을 낀 풍경이지만. 연두색과 파란색, 빛바랜 갈색과 이따금 보이는 기와지붕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습니다. 이 부조화된 풍경을 보고 있음에도 마음이 안정되는 건 그만큼 취업한 뒤 지금까지 겪은 일들로 마음이 많이 뒤엉켰기 때문이겠죠. 구름 낀 날씨로 해가 지는 느낌은 없지만, 아주 살짝씩 검어지는 회색 풍경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껴봅니다.


바다 쪽을 바라봅니다. 항구 앞 배의 일렁이는 모습 하나, 그 옆으로 일렁이는 물결 하나, 그 풍경을 이따금씩 가리는 나뭇잎의 흔들림 하나, 비가 그쳤지만 여전히 나뭇잎에 매달려 떨어질 듯 말 듯 떨어지는 빅방울 하나, 이윽고 켜지는 항구 앞 시장의 불빛 하나, 카페 스피커에서 들리는 노래가 만드는 파동 하나, 그 와중에 무심하게 흘러가는 산자락 위의 구름 하나.


그것을 모두,

두 눈에 담아 하나의 기억으로 모아봅니다.

영원할 수 없는 시간이기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은 매우 평범하고 무심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날로 만들어봅니다.



글을 더 이어가기에는 시간이 아쉽네요.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리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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