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두 번째

2026년 1월 1일, 2026년 1월 21일

by 리르리안

2026년도 벌써 20일이나 흘렀습니다. 새해가 되어도 변하는 것 없는 우리 인생이지만, 독자님들 모두 올해도 행복 가득한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올해를 맞이하여 새로 키보드를 하나 장만했고, 지금도 그 키보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키보드 매니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좋은 축이 달린 키보드로 타각타각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으니 게임할 때보다도 키보드에 대한 만족감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글은 올해 두 번째 쓰는 글입니다. 분명 저는 2026년 1월 1일을 맞이하여 신나게 글을 쓰고, 나름 퇴고까지 한번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들은 그 글을 읽으실 수 없죠. 여러분들에게는 지금 이 글이 제가 올리는 올해의 첫 글이 될 테니까요.


글을 많이 써본 사람은 공감할 수도 있지만, 자기가 쓴 글을 차마 남에게 보여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일기일 수 있고, 몇 번이고 글을 읽어봐도 고칠 곳은 없는데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냥 못 썼는데 고쳐도 소용이 없을 것 같을 때도 있죠. 어떤 이유에서건 결국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이 남겨지게 되고, 지금 제 서랍에도 영원히 공개되지 않을 수십 개의 글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그곳에 보관해 둔 글 중에 공개로 전환한 글은 딱 하나뿐입니다.


보통 제가 써놓은 글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완성도가 낮다고 생각되는 글'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덜 써져서 그런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나름 구색을 갖춰놓기는 했으나 공개하기는 뭔가 내키지 않는 글도 상당합니다. 조금 고쳐서 올리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글을 쓰던 당시의 감정이 지금의 내가 떠올릴 수 없는 상황도 있고, 조금 고쳐서 다시 글을 읽어도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투성이인 경우가 많죠.


저는 보통 글을 한 번에 써 내려가는 편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타자를 두드릴 뿐입니다. 주제를 잡고 쓰는 날에는 그나마 이것저것 자료조사나 내용 정리를 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일상에서 있던 일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 감정, 그리고 특정 주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실체화시킬 때는 일단 쓰고 고친다는 생각으로 두서없이 쓰곤 합니다. 그렇게 쭉 완성시킨 글을 다시 읽어보고, 다듬을 부분은 다듬고 다듬지 못할 것 같은 부분은 싹 지웠다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하죠.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결국 위에 썼던 글이 제 생각과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지우게 되죠. 그리고 그 양이 늘어나 결국 첫 문단만 남기고 다시 시작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건 제가 고등학교 때 시 쓰기를 취미로 하여 시를 쓰면서 들었던 습관입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 긴 글을 시처럼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앉은자리에서 내 생각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지금 제가 글을 쓰는 방법을 만들었을 테죠. 지금도 제 책꽂이 어딘가에는 그때 썼던 시집이 있습니다. 제가 시를 쓰는 것에 관심을 갖던 친구 몇 명 외에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고, 몇 년 전에 다시 읽어 봤을 때 앞으로 절대 공개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 시집입니다. 고등학생같이 않은 유치한 문장, 지극히 단순한 비유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 선택, 지금의 저를 만든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아무에게도 공개할 수 없는 부끄러운 유산입니다.




(커버 이미지는 Gemini AI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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