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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Sep 25. 2024

가짜행복

그날 하루치 분량처럼 보이는 머리 다 쓰고 몸 다면 정말 맛있는 잠을 자게 된다.


그리 썩 오래 잔 게 아니어도 약간 피곤함이 남았어도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마법 같은 단잠이었다.


피로가 완전히 가신 게 아니라서 비몽사몽하며 조금 흐려진 정신 상태로 드물게 만족감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야 자기 전 집에 돌아오는 길 생각했던 물음이 떠올랐다.



가짜행복.


피곤한 나머지 편의점에서 맛있는 간식을 충동적으로 가득 사면서 공허한 기쁨 같다고 생각했다. 돈으로 채울 수 있 값이 싸게 채울 수 있어서 빈 공간에 가득 욱여넣을 뿐인 만족감.




인스턴트 같은 저렴하고 익숙한 맛이 다시 찾게 하는 걸쭉하고 중독적인 행복을 준다. 잠시간 차오르는 기쁨이라 느끼게 하는 있으나 마나 한.

르게 꺼져버릴 감각을 느끼 중독적으로 다시 찾게 되는 기분을 느끼고 만다.



끝에는 회의감과 아까보다 더 큰 공허감 안을 채울세라 다시 허겁지겁 채우려 드는 본능을 마주하면서 이것이야말로 가짜구나 했다.


행복인 척하면서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다. 뭐가 남지도 않고 빈자리가 부각돼서 견딜 수가 없다. 씁쓸하기까지 한 잠깐 느낀 만족감의 잔재가 먼지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 아스라이 느끼게 되었다.


공통적으로 이대로 계속했다간 개같이 멸망하고 말 거라는 적신호가 머리에서 계속 울린다. 맛있는 약한 독약처럼 마실 때는 잠시 맛있고 조금 먹었을 때는 죽지도 않고 약간 몸이 안 좋은 정도지만 그 때문에 방심하고 더 들이키기 십상인 그 약한 독을 먹고 죽은 사람이 까마득히 쌓였더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렇게 약한 독인데도 흐릿한 만족감에 중독되고 약한 독이라 방심해서 결국 그렇게 되어버린다는 것처럼.



자기 전에 그렇다면 뭐가 진짜일까. 약하게 의문을 가졌다.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몸과 머리를 그날 분량 다 쓴 채로 잠에 빠지는 건 진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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