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루치 분량처럼 보이는 머리를 다 쓰고 몸이 다하면 정말 맛있는 잠을 자게 된다.
그리 썩 오래 잔 게 아니어도 약간 피곤함이 남았어도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마법 같은 단잠이었다.
피로가 완전히 가신 게 아니라서 비몽사몽하며 조금 흐려진 정신 상태로 드물게 만족감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야 자기 전 집에 돌아오는 길 생각했던 물음이 떠올랐다.
가짜행복.
피곤한 나머지 편의점에서 맛있는 간식을 충동적으로 가득 사면서 공허한 기쁨 같다고 생각했다. 돈으로 채울 수 있고 값이 싸게 채울 수 있어서 빈 공간에 가득 욱여넣을 뿐인 만족감.
인스턴트 같은 저렴하고 익숙한 맛이 다시 찾게 하는 걸쭉하고 중독적인 행복을 준다. 잠시간 차오르는 기쁨이라 느끼게 하는 있으나 마나 한.
곧 빠르게 꺼져버릴 감각을 느끼고 중독적으로 다시 찾게 되는 기분을 느끼고 만다.
끝에는 회의감과 아까보다 더 큰 공허감이 안을 채울세라 다시 허겁지겁 채우려 드는 본능을 마주하면서 이것이야말로 가짜구나 했다.
행복인 척하면서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다. 뭐가 남지도 않고 빈자리가 부각돼서 견딜 수가 없다. 씁쓸하기까지 한 잠깐 느낀 만족감의 잔재가 먼지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 아스라이 느끼게 되었다.
공통적으로 이대로 계속했다간 개같이 멸망하고 말 거라는 적신호가 머리에서 계속 울린다. 맛있는 약한 독약처럼 마실 때는 잠시 맛있고 조금 먹었을 때는 죽지도 않고 약간 몸이 안 좋은 정도지만 그 때문에 방심하고 더 들이키기 십상인 그 약한 독을 먹고 죽은 사람이 까마득히 쌓였더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렇게 약한 독인데도 흐릿한 만족감에 중독되고 약한 독이라 방심해서 결국 그렇게 되어버린다는 것처럼.
자기 전에 그렇다면 뭐가 진짜일까. 약하게 의문을 가졌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몸과 머리를 그날 분량을 다 쓴 채로 잠에 푹 빠지는 건 진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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