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남아서 추가 공부를 하면서 학원에서 가장 늦게 나가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분들이 한분씩 나가시며 한 분이 가장 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제일 작업을 잘하시는 분이라고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자세하게는 잘 모르지만 그때의 감상으로는 그렇구나. 잘하는구나, 가 다였다.
하지만 자주 남아서 오래 작업을 하고 가는 것 같았는데. 역시 잘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했다.
몇 달이나 수업을 같이 들었지만 여전히 말도 한 번 안 섞어봤고 통성명도 안 해서 이름도 모른다. 가시는가 보다 하며 내 작업에 다시 몰두하고 있으려니 수고하세요, 하는 말이 들려왔다. 건네진 말에 웃으며 수고하셨어요, 라며 화답했다. 정답게 인사를 건네주는 순간에도 이름은 모르고 있다. 일부로 친해져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참 멋진 거였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제야 그녀가 잘한다는 것이 내 마음속에서 가치 있게 느껴졌다.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었구나. 그런 걸 느낀다.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봐주던 사람들이 했던 멋지다는 말의 의미가 다시 새롭게 보였다. 좋은 결과를 자주 내지 못했던 노력만 할 뿐인 내 모습을 좋게 보지 않았었다. 장점이 아니고 요령이 없을 뿐인 미련한 거라고 여겼다. 좋은 결과가 없으면 노력할 가치가 없는가? 그 의문은 매우 공허한 울림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는 입장이 되어보니까. 같이 노력하면서 남아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내 노력도 가치 있었겠구나.
정말 멋지구나 생각했다. 노력하는 모습은 멋진 모습이구나.
좋은 결과가 없어도 가치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걸 보는 사람이 있다. 나처럼 노력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그걸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