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이야기만을 쓰고 싶었다.
그런 욕구로 글을 시작했던 게 방금 기억이 났지.
하지만 점점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게 된 건 역시 무서워였을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본다.
밝고 좋은 이야기만 될 수 있으면 쓰고 싶어졌던 거였을 수도 있어.
세상이 아니 눈앞이 너무나도 어둡게 보일 때도 많고 말이야.
해결하지 못하겠는 문제들은 산더미 같고. 우울한 이야기나 그림은 사실 세상에 넘쳐나는데 나 하나 보탠다고 거기서 나빠질 게 있을까?
그냥 나는 솔직하지 못했던 거야. 감정에 대해서.
사실대로 적기는 하고 생각의 전환을 하고 좋게 해석하려고 할 때가 많지만 그것들이 진실이 아닌 건 아니지만 갑갑할 때가 많았지. 마치 옷처럼.
옷이 나의 아이덴티티가 돼서 나를 피력해 주지만 화장처럼 아름답게 덫 씌워주지만 가끔 그것들이 벗고 싶을 만큼 갑갑하게 한다.
표현해 내고 있는 그대로 적으면 이런 우울하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보러 와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마 내가 글을 점점 자주 쓰지 못하게 된 거 바로 이 이유였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겠다.
그리고 생각난 건 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고 글을 적는 사람이다. 그래서……
적고 싶은 글을 쓸 거야.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본다면 이제 할 수 없지. 난 이제 신경 안 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