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가을인 날씨에 바람 쐬러 나들이 나갔다. 바깥은 더우면서 서늘하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꽃을 기대하지 않았다.
내게 있어 가을이란 몹시도 모호한 날씨였는데 이번 해에는 아직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느낌이 애매한 날씨라 아예 아무 생각 없이 갔다. 꽃이 있다 해도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을 거 같다고.
그곳에서 장미를 봤다.
한 두 송이가 아니라 제법 많이 듬성듬성 피어 있는 여러 종류의 장미들과 바람의 실리는 향긋한 향기. 걸어서 지나쳐왔던 이름 모르는 색색의 소담하고 예쁜 꽃들.
장미가 가을에도 피었던가? 중얼거리면서 의문을 표하자 옆에서 장미는 원래 자기 마음대로 핀다는 말을 들었다. 진실은 알 수 없어도 나는 그 이야기를 좋아한다. 자기가 피고 싶을 때 핀다는 말이 그만의 소신과 줏대, 자유로움을 연상시키니까. 멋있구나.
가보니까 알겠다. 애매하고 모호한 날씨라고 여겼지만 가을에도 꽃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