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던 순간이 기억나지 않았다. 아는데 잊을 한때를 위해 우리는 기록을 했다. 말하고 나면 흩어지고 알게 되면 그건 잊히고 얻게 되면 당연하게도 결국 잃게 되어서 우리는 그것을 방금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머지않아 잊어버리게 된다. 방금 기록하지 않았던 한 가지 기억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다. 어렴풋하게 기억될 거라 믿고 있던 게 더는 남아있지 않아서 흔적만이 부스러기처럼 손끝에 닿았다. 가지고 있었다는 기억만이 남아서 가슴 안에서 쿵쾅거렸고 그때 스쳤던 감정의 이름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