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라고 빠르게 프레임을 걸어두고 치워버리는 것은 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빠르고 간편한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했다고 치워버리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버리고 치워버리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일렁이는 복잡해지는 감정을 별로라고 귀찮다고 불쾌하다고 뭉뚱그리고 그 감정이 맞다고 스스로 믿어버리고 치워버리는 건 알고 싶지도 않고 무너질 거 같으니 거기에 뭐가 있는지 파헤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우리는 어디서나 통용되는 만능, 완벽, 전능한 신적인 걸 찾고는 했다. 마치 한 가지 원칙, 법칙, 규칙을 찾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빨리 찾고 끝내버리곤 이제 모두 괜찮다는 답을 찾는 것 같지 않은가. 문제에 사로잡혀서 질질 끌고 시간 낭비하는 건 어설퍼 보이고 폼 나지 않기 때문 아닐까? 다 큰 성인인데 하나의 일에 너무 시간을 끌면 문제가 있어 보이니까? 어른이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어떻게든 빨리 일단락시키고 그게 아니라도 그렇게 보이게 만들거나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거나 해서 아무튼 그건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기에 바빠졌을까....... 사람들은 간혹 그건 너무 어린 생각이다. 치우쳤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 사회는 학교가 아닌데 언제까지 그럴 거냐는 말을 했다. 그런데 그 말은 즉 나는 어른이니까 그렇게 살 수 없는데 왜 너는 아직도 그런 푸른 꿈을 꾸고 순진해빠진 말을 막 하고 이상한 생각을 마음껏 하냐? 그런 건 빨리 탈피해서 우리처럼 돼야지? 그런 부러움과 시기 섞인 말로 들린다. 나는 그럴 수 없었는데 너는 왜 그렇게 할 수 있냐는 말은 사실은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는 말로 들린다. 그리고 그렇게 들릴 때마다 눈꺼풀이 멍멍해지고 가슴속에 뜨거운 열기를 삼킨 듯 갑갑해진다. 너는 운이 좋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에 있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라는 말은 '나는 운이 없었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으니까 그럴 수 없었어.'로 들리니까. 과거에 돈을 벌면 갖고 싶은 옷이나 액세서리, 화장품이나 먹고 싶은 음식을 곧잘 시켜 먹던 내게 엄마가 돈을 저축하고 아끼라거나 또 샀냐고 하실 때가 잦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 나중에 하시는 얘기가 자신이 젊을 때는 이런 것도 없었고 그럴 돈도 없었고 이런 거 살 생각도 잘 못했는데 넌 너무 쉽게 턱턱 산다는 말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말하던 사람도 듣던 사람도 가벼운 말투로 했던 대화가 가끔씩 밟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