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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feeling

시야를 가린 게 흘러내리고 깨끗하게 보여서 좋았어

by 릴랴

내가 너무 힘들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더 힘들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게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내가 느끼는 괴로움을 사소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감정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왜 그런 걸로 힘들어하고 울고 있냐? 왜 그렇게 나약하냐?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건 전혀 힘들어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었을 때 스스로 강하게 들었던 반발심이나 그런 말을 듣는 것도 싫다는 생각조차 상처받기 십상이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닌데,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나… 나라는 인간이 이렇게 비열하다니. 내가 다른 사람이 내 상처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든 간에 비교받던 그 사람들보다 괴로운 게 적든 많든 그들만큼 얼마나 힘들었든 간에 나는 충분히 괴롭고 끔찍했고 힘들다는 걸 나 혼자서라도 깨끗이 말끔하게 인정해 주고 나서야 한참을 그 과정에 시간을 쏟고 조금 괜찮아졌을 때에야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도 나처럼 힘들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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