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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feeling

필요하다

by 릴랴

많은 게 필요하다고 아마도 생각했다. 많이 없어도 행복하면 그렇다고 말해도 될까? 많이 가지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게 정말 그러할까? 가진 게 적으면 안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가진 게 작고 보잘것없으면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할 수 있는 게 적어지는 건 맞다.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것도 맞고 성에 안 차니까 아무것도 못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오늘도 아무것도 못했다고 자책할 수도 있다. 그래서 행복할 수 없냐고 한다면 그건 다르다. 쿠키 하나를 가졌다고 맛있게 먹는 걸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많은 걸 가진 사람에게 쿠키가 없다면 자신이 가진 쿠키 반쪽을 나눠주면서 행복해지길 바라며 마저 행복해질 수도 있다. 나눠주면서 행복해지는 사람은 놀랍게도 존재한다. 정말 천사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있었다. 이런 걸 책이라고 냈냐고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고 비웃음을 사는 사람이 그래도 내가 첫 책을 냈다고 기뻐할 수는 있고 그 책을 읽은 사람이 너무 좋은 이야기를 읽었다며 행복해할 수도 있다. 앞에 비난했던 사람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책을 낼 수도 있겠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나를 비난한 사람에게조차 도움이 되었던 사람인 거 아닌가. 그럼 자신에 대해 조금 더 뿌듯하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상을 하면서 역시 내 덕분이라고 상상해 보면 조금 빵 터지면서 조금 우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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