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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Feb 05. 2023

방랑자를 조장하는 글




머릿속이 많은 걸로 가득 차서 평소와 같은 공간 안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방황하는 방랑자처럼 지체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나서 걷기 시작했다. 정처 없이 가까운 주변을 헤매듯이 걸어 다녔다. 그런 일련의 행동을 하고 있으려면 신기하게도 고여있던 생각이나 답답함이 바람에 실려 내 옆을 지나쳐서 부시식하고 산화되어 사라져 버린다. 그런 식으로 의미 없이 가고 싶은 대로 걷다 보면 생각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런 식으로 해봐야겠다든지 막연하게나마 혹은 꽤나 구체적인 답 같은 게 절로 나오기도 했고 머릿속의 엉킨 생각이나 감정 같은 게 차곡차곡 정리되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마음이 편해지기라도 했다. 그것들이 지나면 서서히 늘 예사로 지나치던 자연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늘 회색빛 시멘트와 건물들과 매연 아래 살고 있는 거 같지만, 마음과 머리가 고요해지고 차분해지면 주변의 풀들, 나무들. 하다못해 하늘, 구름, 별들, 더 나아가서는 근처에서 보이는 물이나 새들, 산과 바다가 있다.


아 맞다, 꽃도 있다.

그리고 해 아래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따사로운 빛이 우리를 비쳐주고 있다, 우리가 잊고사는 순간조차도.


더 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면 그것들이 매일 봐도 매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색감, 향, 지금 다가오는 느낌이 시시각각으로 다르게 느껴지고 색다르고, 그걸 잡아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매일 새로운 걸 찾으러 떠날 필요 없이 가까운 것에 색다름을 느끼고 가끔 정말 필요한 순간에 멀리 여행다운 여행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멀리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어쩌면 찾는 건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있다면 사람은 자연의 일부라는 말이 공감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끼는 건 이질적이고 만들어진 무언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고, 그건 아마 억지로 꾸미고 감추고 잘라내는 것은 아닐 거 같다. 마찬가지로 갑갑하고 답답함에 둘러싸여 있다면, 혹은 그렇게 느낀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연을 가까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JK-dSydB08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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