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너무 처지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아 장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이 막막해질 때쯤 습관처럼 하는 게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떠올려보기. 갑자기 장점이나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하면 찾아지지 않고 그거부터가 막막해진다. 하지만 그냥 내가 갖고 있는 걸 떠올려보는 건 생각보다 쉽다.
일단 살아있고 몸이 성하게 어디 하나 없는 곳이 없고 밥 세끼 다 먹고 있고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희귀병에 걸리지 않았고 시한부도 아니고 전쟁도 안 났고 공기는 좋고 날씨도 좋고 이런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걸 하나씩 세어보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조금 더 심화돼서 생각이 나기 시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점차 떠오른다. 지금 떠오르는 건 부모님과 친구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내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 준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잘 쓴다고 말해준다. 가까운 사이니까 당연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제법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가끔씩 감사하는 걸 잊었다는 걸 기억해 낸다면 다시 이 모든 게 나한테 주어져있고 그게 감사하다는 걸 되새겨봤다.
보통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이야기가 나올 때 저 사람은 가지고 있는데 나는 가지지 못한 걸 비교할 때 그런 일이 발생한다. 그랬을 때 마음이 안 좋아지기도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걸 가지지 못한 사람이 나를 본다면 그 사람도 똑같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게 다르고 어쩌면 천차만별이다. 만약 저 사람이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면 그건 그냥 좋은 일이었다. 그건 그 사람에게 주어진 몫인 것이지. 그냥 나는 내게 주어져 있는 것과 지금도 당연하다는 듯이 펼쳐져있는 기회를 만끽하면 된다. 지지를 받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걸 있는 그대로 감사하게 여겨야 했다. 사람이 점점 더 크고 많은 걸 원하고 그걸 가지지 못하면 괴로워지는 것은 갈수록 작은 걸로는 쉽게 만족을 하지 못하게 되서라고 들었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많은 걸 원하게 될 테고 가지지 못하면 아등바등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계속 언제까지고 더 좋은 걸 누리기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성비 좋게 작거나 쉬운 방법으로도 비교적 자신이 훨씬 많은 만족감을 느끼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뭔지 많이 찾아두는 편이 좋다. 그걸 알아두면 기분이 무척 다운되거나 심기가 불편하고 무척 만족스럽지 못할 때 그 몇 가지를 딱딱딱하면 기분이 금세 좋아지게 되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쉽고 간단해서 돈이 거의 들지 않아 실생활에서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거면 막 그렇게 좋은 걸 안 해도 공허감을 돈이나 물건으로 채워 넣지 않아도 얼마든지 쉽게 만족스러워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또 그게 습관이 되면 내가 뭘 하면 바로 기분전환이 되는지 아니까 그걸 하는 시간도 갈수록 줄어들어서 좋았다.
내 경우에는 이쁜 얼음메이커와 길고 이쁜 컵을 몇 개 구매해 둬서 커피와 얼음을 잔뜩 넣어서 천천히 마시는 것과 이른 저녁에 밖을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과 귀여운 캐릭터 문구류나 공책 스티커 구매하는 것과 짧게 복식호흡하면서 1분 명상을 하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생각보다 돈도 많이 안 들고 오래 쓰거나 보거나 할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또 자신에게 맞는 가성비 좋은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분명 무척 기분이 나빴는데 정말 사소하고 별 거 안 했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이걸 하니까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더라.’하는 것을 찾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명상할 때 하는 방법인데 숨을 들이쉴 때는 내가 저 하늘로 떠올라간다는 상상을 하고 내쉴 때는 발바닥이 땅에 닿아서 내 발에 흙바닥이 느껴지는 상상을 하면서 주로 명상을 한다. 원래는 눈을 감고도 했지만 요즘은 그냥 산책을 할 때 눈뜨고도 그 생각을 하면서 호흡을 하면 몸이 조금 가벼워지고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언젠가 영상에서 봤던 명상 방법이었는데 내게 무척 잘 맞았다.
내가 동등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인생이 모두에게 저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는 부분이다. 결핍돼서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것들. 그런 건 세속적인 무언가를 돈으로 가졌을 때 채워지지 않는다고 딱 잡아 말하기는 어렵지만 금방 갈증이 나고 채워진 잔은 비어진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만 계속해서 바라본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과 내가 누리고 있는 것, 원래는 가지지 못했던 것을 가졌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게 없었을 때 어떤 상실감이 마음속을 채우게 될지 생각해 보면 감사함이 차오른다. 그리고 조금 행복해질 거다.
사람의 인생은 계속 상승 곡선을 타지 않고 좀 오락가락한다. 우리의 기분이 그렇듯이 계속 좋을 수만은 없었다. 내가 하려는 일도 마찬가지로 계속 잘하면 좋겠지만 잘 되는 날이 있다면 계속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이 보기에 미숙하고 허접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원래 잘 안 되는 게 정상이고 디폴트 모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우리가 그게 잘 되었을 때와 잘 안 나왔을 때 생각대로 잘돼서 행복과 잘 안 됐다고 불행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한다면 행복할 때보다 우울한 날이 더 많을 테지만 관점을 크게 봐서 그걸 할 수 있다는 자체를 두고 바라볼 때 많이 행복한 것과 그냥 행복한 것으로 세팅해 놓고 본다면 계속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잘 되는 것도 잘 안 되는 것도 일단은 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있기 때문에 받아볼 수 있는 부산물이니까.
이게 말도 안 되는 이상론의 낙관주의일지 몰라도 조금 더 웃을 일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사람은 비관적일 때보다 낙관적일 때 더 행복하고 잠재된 걸 발휘할 가능성을 가지니까. 누군가가 그랬다. 인간의 이성적인 사고와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발전과 인간의 생활을 편하게 해 주지만 결국 인간을 살게 만드는 건 낭만과 꿈 그리고 사랑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매우 동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