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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상처에 대하여

by 릴랴

전날 다친 자국을 바라봤다. 살갗 아래 피가 고여 있었다. 피부 안의 상처가 얼얼했다. 며칠이 지나면 곧 멍자국처럼 되어버리겠지만 조금 달랐다. 살갗 밑에 피가 비쳐서 보였다. 피부 밑의 상처에는 약을 발라줄 수가 없었다. 피부 안에 맺혀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피부는 아려오고 눈으로도 식별이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상처가 나있는 걸 느끼니까 그 손을 쓰는데 조금은 조심했고 아리면 상처가 있는 바로 그 피부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쓸었다. 상처가 피부 밑에 나서 약은 발라줄 수 없었지만 보이니까 신경도 쓰고 상처가 났다고 쓰다듬고 더 조심했다. 하지만 마음의 보이지 않는 상처와 지쳐있는 상태는 별거 아니라고 바로 일어나서 가버리는 게 비일비재였다. 보이지 않는 상처라는 건 그래서 위험했다. 작게 다친 건지 크게 다친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작은 병을 보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까 없다고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견딘다고 대수롭게 여겼다. 그렇게 작은 병을 큰 병으로 키운다.



겨울에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 감기는 별 거 아니었고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기침은 심해졌고 일을 하다가 시야가 까매지면서 몸이 내 통제를 듣지 않는 경험을 했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려고 버텨봤지만 안 되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병원에 갔는데 폐렴이었고 그때 결핵성 폐렴일지 모른다고 입원하게 되었다. 다행히 결과적으로 결핵성 폐렴은 아니었지만 직장을 잃었다. 그때 병원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감기도 방치하면 폐렴이 되고 실제로 옛날에는 감기로 사람이 죽었다. 조금 다친 상처도 다친 줄 모르고 계속 쓰면 상처가 더 벌어지고 피가 더 많이 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들과 너무 지쳐있는 건 우리가 알아차리기 힘든 문제였다.


그래서 조금 더 케어를 잘해줘야 하고 더 신경 써서 들여다봐야 한다. 내 상태가 지금 어떤지 괜찮은지. 넘어져서 다리가 다친 사람에게 넘어졌으니까 더 빨리 뛰어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일단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든 병원을 가든 그 다리를 최대한 안 쓰게 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과 남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종종 그런 실수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친 다리를 영영 못 쓰게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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