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을 쌓거나 무너뜨리는 중

by 릴랴

“모래성을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쌓아?”



“모래성은 언제든지 스러질 수 있는 거잖아. 그런 걸 뭐 하러 해?”



“금방 스러져서 사라져 버릴 모래성이라도 열심히 쌓아야 후회가 없는 거야.”



모래성은 그 후로 몇 번이고 바람이 불고 파도에 휩쓸려서 사라졌다. 모래성을 쌓던 그 아이가 스스로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윽고 다시 쌓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무너지는 걸 뭐 하러 쌓는데? 그중에 몇 번은 니 손으로 갈아엎었잖아?”



“여기에 의미는 없어. 그래도 쌓는 거야. 계속 쌓는 거야. 사람의 인생이란 건 그런 거야.”



“열심히 쌓아 올리든 대충대충 만들어서 올리든 내가 한다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야.”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했다.


“어떤 식으로 쌓든 충분히 재밌었는지 충분히 즐겼는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았는지가 중요한 거라고.”



이번에 쌓은 모래성은 꽤 걸작으로 보였다. 옆에서 “오!”하는 감탄사가 들렸다. 그 아이가 다 만든 모래성을 발로 차서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왜 다시 무너뜨리는데. 이번에는 다 만들었잖아? 꽤 명작이 탄생한 걸로 보였는 걸?”



“영원한 건 의미가 없어. 사라지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야.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만 의미가 있는 거야. 그래서 인간은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


”그런데 너 또다시 만들 생각이지? “


소리 없는 웃음에 대답을 들은 것만 같다.



“그리고 우리도 사실 있지만 없는 거야.”


텅 빈 우주에 무언가의 의지만이 작동하고 있었다. 우리가 인식하는 형상과 대화는 그리고 모래성도 허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도 사실 의미가 있는 거야.”


꺄르륵거리는 두 명의 웃음소리만 텅 빈 공간에 메아리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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