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자

by 릴랴

마지막에 가서야 후회했다.

언젠가의 당신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줄리엣, 나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자. 그때 그 손을 잡지 않았으면 적어도 당신은 죽지 않았을 텐데.


고통 속에서 숨이 멎는 순간마저도 그 생각을 하면서 그의 핏기 없는 얼굴과 감겨 있는 눈꺼풀 안의 눈동자가 얼마나 빛났었는지를 떠올렸다.


눈을 기어이 감고서야 눈물이 떨어졌다.


“줄리엣.”


그리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반짝이는 눈빛과 자신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자신만만한 웃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자.”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걱정스러워 보이는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저주스러웠지만 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순간이었다는 걸. 그제야 이 어리석은 여자는 알고 말았다. 알았어도 달라지지 않을 일이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후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불같은 사랑이었으며 서로의 목숨보다 더한 사랑이었으며 짧은 순간의 어리석은 감정이었으며 시간이 지나면 식어갔을 감정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사랑이었다. 끝을 알았어도 끝내 붙잡고야 마는 어리석은 감정이었다. 사랑에 빠진 어리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네, 그럴게요.”


이게 사랑이었다. 나는 당신과 함께 갈 거예요, 어디까지라도. 언젠가 들었던 누군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죽음조차 두 사람을 갈라놓지 못하리라. 그렇기에 다시 한번, 당신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아낌없이 사랑하기를 그저 바랬다.

매거진의 이전글모래성을 쌓거나 무너뜨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