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가득 담아

by 릴랴

선생님. 당신의 말은 맞았어요. 그런데 그날 재판장에 있던 누구도 그걸 모르더군요. 그런데도 저는 그 자리에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군요.


기억이 나는 것은 당당한 말과 꼿꼿한 말투, 약간 구부정했던 서있는 자세. 사람의 인생은 바람 속의 등불과 같아서 어느 순간에 꺼져버리기도 하는 거군요. 선생님은 뜻을 굽히신 적이 없고 이상 속에서 사시다가 이상 속에 등불로 꺼져갔습니다. 당신을 욕하거나 원망하는 소리도 많았지만 어땠을까요, 당신께서는 뜻대로 하셨으니 만족하고 계셨을까요.


첫 책을 완성했던 날, 저는 당신을 생각했고 누군가의 인생 내내 당신의 말과 추구하던 것들이 살아 숨 쉬었습니다. 누군가는 당신의 이름과 제자였던 제 이름을 같이 불러줄지도 모르죠. 그 흔한 저서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났던 당신이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했으며 그날 무슨 말을 남겼는지 그 끝이 어떠했는지를 남겼던 건 저의 욕심이었습니다. 기억을 한 글자씩 새겨 넣으면서 곱씹어봤고 혼자만 간직했던 기억으로나마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께서 살아있었으면 어땠을까, 지금의 저한테 무슨 말을 해주셨을까. 하지만 지금도 제 곁에 없으시군요.


이후로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알게 되었던 지식을 하나씩 정리해 갔습니다. 이것은 당신을 뒤따르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으며 어쩌면 그리움을 담은 소리 없는 추모였는지도요, ……그립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그의 사색에 잠겨있던 눈에 빛이 어린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건네자 젊은 청년이 그의 스승에게 다가섰다. 질문할 것이 있다면서 찾아온 제자의 눈빛은 정말 낯익은 것이어서 그는 잠시 멈칫하고 말았다. 올려다볼 스승이 있다는 것과 학문에 대한 열의, 앞선 지식에 대한 동경. 그 안에는 알고 싶은 것이 한가득이었다. 그 시선을 보고 있자니 생각하고 마는 것은, 당신도 제자가 자랑스러웠을까. 아니면, 역시 못 미더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마, 자리를 털고 일어선 스승은 제자가 들고 온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기 위해 곧 그 장소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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