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만약 어느 날 글이 사라졌다면 책이 됐거나 더 좋은 글이 돼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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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대로변을 걷다가 차에 치일 뻔한 큰 개를 구해줬더니 개가 항상 지켜주겠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따라와서…
키우게 됐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개가 당연하게 옆에 있어줘서 든든하고 개의 무게와 체온은 항상 묵직하고
따뜻해서 항상 마음에 안정을 느꼈다.
하루는 또 다른 골목길을 가다가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했다.
그 고양이를 잡고 끌어당기자마자 이 골목길에서 한 번 차에 치일 뻔했던 걸
구해줬던 그 고양이와 같은 고양이라는 걸 알았다.
고양아. 여기서 또 그러면 어떡해... 품에 안긴 고양이가 딴청 피우듯 자기 손을 들고 털을 마구 핥으며 그루밍했다.
검은 양복의 훤칠한 분위기의 남자가 다가왔다.
이 고양이가 당신을 기다렸다고 해.
남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고양이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
자기를 키워줄 수 없겠냐는데?
고양이가 품에서 벗어나 다리에 몸과 머리를 비볐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두 번이나 구해준 당신을 따라가고 싶어 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도 고양이도 알아차린 모양인지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선뜻 몸을 떼더니 남자에게 돌아가서 남자는 익숙하게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안 되는 거면 부담 주고 싶지는 않고 그냥 다시 한번 만나서 전하고 싶었던 거래. 당신이 좋아서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호의든 악의든 애정이든 거기에는 항상 주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어.
그걸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는 거고 그래서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려줄지는 알 수 없는 거라고.
그렇지만 이 고양이는 분명하게 당신한테 고마움을 느꼈고
좋은 일이 있을 거래.
좋은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항상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고.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검은 양복의 남자 검은 양복에 바닥에 닿는 길고 큰 낫을 들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인식했다. 사신? 저승사자?
내가 저승사자를 만날 리가 없는데? 꿈인가? 그럼 고양이는 왜 직접 말 안 하고 저 사람이 대신 전해주는 거지?
내가 죽냐는 생각보다 이거 꿈이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가 말했다.
비록 꿈이지만 말하는 고양이 말고 평범한 고양이로 남고 싶었다고 하네. 그 말을 끝으로 사자의 품에 폭삭 안겨 있던 고양이가 눈을 빼꼼 마주치더니 야옹 하고 정답게 우는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