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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by 릴랴

단 한 사람이라도 날 알아주고 지지해 줬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봤다. 듣자마자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그 말을 어리고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분명 나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고 이해해 주고 보듬어준다면 지난 과오를 모두 잊어버리고 힘들고 억울하고 서러웠던 일들 다 훌훌 털고 새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텐데. 단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날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한순간이라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오는 공허한 결핍들. 처음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겠지.’하며 찾았고 나중에는 나라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대화를 할 때 저 사람한테 필요한 말이 뭘까? 무슨 말을 듣고 싶을까? 어떻게 하면 잘 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 기저에 나온 욕구는 ‘내가 충족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걸 알았다. 거기에서 다른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해주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행동이었고,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자의식과 쌓여온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원칙에 어긋날 경우에는 좋은 말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설령 좋은 말을 해준다 해도 사실 그건 그 사람이 참아주면서 해주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를 가장 온전히 알고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은 나였을 테지만 줄곧 그 사람은 자신이 불행했던 일, 서툴러서 실수했던 일, 억울하고 서러웠던 일, 내가 잘못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 기억하고 있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다면 도저히 자기 자신과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 없는 게 아닌가.



내가 나의 부모나 절친한 친구,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자. 그리고 나지막이 이름을 불러주고 네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를 나는 알고 있어. 우리 많이 힘들었고 너 진짜 고생이 많았겠다. 이해를 해주면서 혼잣말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떤가. 빨리 어른이 되라고 마음속에 감춰둔 자신에게 다그치거나 무시하고 외면하기보다 내 안에 네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려주고 천천히 어른이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내가 나의 좋은 양육자가 되어준다는 감각으로 마주 보면 좋겠다. 그건 본인의 억눌린 감정이고 잘라낸 마음이고 계속 알게 모르게 갖고 있었던 결핍이었기 때문에 미워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조금씩 뭔가가 정리가 되고 이런 부분은 내가 잘못했고 이런 거는 이제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건 잘해오고 있었다. 하는 것들을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과 이해를 받는다는 건 그런 거였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마음이 풀릴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다는 건 그런 거였다. 억지를 써서라도 알아주길 바라서 고집부리고 있던 일과 억울하고 서럽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을 끌었던 일을 놓게 만들었다. 그런 걸 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것에 앞서서 내가 나한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이해하고 화해도 하고 다시 친해졌으면 한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사실 자신은 속일 수 없다. 그 사람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본인은 그걸 끝까지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자신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고 오히려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미워하고 쓰레기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적이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굉장히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온 세상 사람이 다 이해 못 해도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며 온 세상이 본인을 이해해 주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해도 내 모든 걸 아는 전문가는 자기뿐이니까 내가 내 편이 되지 않는다는 건 세상에 홀로 남는 것보다 본인의 세상이 조금 더 어두워지고 조금 더 외로워지는 일이었다.



가끔씩 거울을 보면서도 이름을 불러주고 씩 웃으면서 하이파이브를 해도 좋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내가 나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무언의 메시지이자 신호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나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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