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건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조차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열심히 하는 이유와 배우는 데에 급급한 이유는 언제나 내가 모자라기 때문에 채우기 위함이었고 그 말은 내가 완벽하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감정이 섞여있었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용기마저 없앴다.
그렇지만 정말 자신이 그렇게까지 부족한 사람인가, 남에게 차마 보여주지 못할 만큼? 티끌만큼도 틀리면 안 되고 완벽에 완벽을 기해야 하고 전에 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기계나 프로그램도 오류가 났다. 틀린 답들을 입력해 놓으면 틀린 답만을 서술했다. 그 완벽해 보이는 기계도 인간이 만든 산물이기 때문에 어딘가 허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전지전능한 신이 만든 피조물인 인간도 불완전하다. 그런데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창조물은 무언가 허점투성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는 그걸 인간성이라 부르기로 했고 불완전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를 만든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분명 아름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완벽한 작품이라고.
인생과 삶은 끝이 있으니까 더 안타깝고 아름답고 가치 있게 평가한다. 만약 끝이 없다면 영원한 것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아무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고 계속되는 끝나지 않음에 지겹다고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도 삶을 열심히 살려고 들지 않고 모두가 결국에는 도달할 능력치의 끝 앞에서 절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추구하는 것도 아무 가치가 없어질지 모른다. 모두가 진리를 알고 모든 걸 최대치로 잘하게 되고 이제 할 것도 없는데 계속 살아가야 하고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이미 안다.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사람을 만날 필요조차 없게 된다.
모두의 능력치가 다르게 꿈을 이루기도 하고 이루지 못하기도 하고 내가 고르지 못한 선택지에 눈물도 흘리고 후회도 하고 각각 다른 길과 색을 칠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노래하다가 끝을 맞는 그것은 자신이 원하던 걸 이루든 이루진 못했든 가치 있는 이야기이며 우리의 선택했던 무수한 발자취들은 불완전했기에 아름다운 일이었다는 이야기였다.
특별하지 않은 그대로 아름답다. 꽃은 풀꽃이든 화려한 꽃이든 주는 느낌만이 다를 뿐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풀꽃이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기 때문에 너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유의 서정적이고 바람에 흩날릴 때 주는 아련한 감성이 있었다. 장미가 풍성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너는 왜 수수한 꽃들처럼 작고 소담하지 않고 혼자서만 튀고 나댄다며 생각하지는 않는다. 화려하고 풍성한 매력에 빠져서 바라보기도 한다. 그것들의 없는 부분을 단점이라고 확대해서 그게 없으니까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장점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된다. 장점을 단점으로 생각한다면 서로 안 맞는 거니까 굳이 서로 힘들게 낑낑거리면서 끌어당길 필요가 없다.
아무 이유 없이 장미나 풀꽃이 싫을 수 있다.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이유로 싫어할 수도 있다. 화려해서, 커서 싫다거나 수수해서, 작아서 싫다거나 반대의 이유로 좋을 수도 있다. 꽃이라서 그 이유 자체로 싫어할지도 모른다. 이게 반드시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게 내 친구일 수도 있고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긴 하다. 취향이나 좋아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지나친 혹평을 한다면 그냥 그건 저 사람의 취향에 안 맞는구나, 편하게 넘기도록 하자. 취향에 맞는 사람이 보면 그 사람은 너무 좋다고 말한다.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마저 이래서 너무 좋다고 한다. 그건 취향에 맞기 때문도 있겠지만 감사하게 여기면 좋겠다. 누군가가 나의 열심히 꾸민 모습이나 혹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고평가 해주는 건 무슨 이유가 됐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언가를 배우고 향상하는 건 더 만족스러워하고 싶은 감정에 발전욕구에 기인된 건 맞다. 하지만 그게 부족하거나 못나거나 덜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인스타툰이나 카톡 이모티콘을 봐도 정말 억 소리 나게 잘한 분들도 있지만 연필선으로 대충 끄적인 것처럼 찌그러지게 막 그려서 올린 것들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대충 만든 것들도 있고 가끔은 보던 드라마나 애니에 설정붕괴가 나도 재밌으면 그냥 본다. 그리고 아직도 충격받았던 작품인 투명드래곤은 소설로 책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물론 전문가가 필요한 직업이 있고 미세한 실수도 하면 안 되는 장인의 영역이 있지만 그래야만 된다고 혈안이 되어서 집착하고 못 한다고 부족하다고 나를 계속 다그치면서 숨 막히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즐겁게 즐기면서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잘하게 돼서 쉬엄쉬엄 더 알아보고 배워가면서 이전보다는 더 잘하고 자꾸 더 잘하다가 어느 시점에 인정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여서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삶의 지향점이 다른 거라 생각했다.
부족하거나 모자라게 여긴 부분도 그 자체로 완전하고 이미 충분하다 여기면서 해나가고 그래서 만족스럽게 여기길 바랐다. 더 나은 걸 끌어오고 배워나가는 건 이미 충분하고 만족스럽지만 자신이 지금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이미 충분한 것들 위에 더해가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