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좋아했던 노래가 생각이 나서 오래전에 끝까지 채웠던 필사집 노트 두 권을 꺼내 들었다. 그중 한 권에서 원하던 노래 제목을 마침내 찾아내고 영상을 검색해 그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다른 한 권의 필사한 노트에 내가 적어뒀던 좋은 글들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노트의 첫 장을 펼치자 반듯하게 접어둔 공책 조각이 보였다. 등 뒤에서 비가 쏴아,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종이가 접힌 걸 꺼내서 펼치자 과거에서 지금 내게 전하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위에 적힌 주제는 당신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가, 였다. 삐뚤빼뚤하게 적힌 내용을 읽어봤다.
사랑하는 나야, 오늘도 잘 버텼어. 네가 정말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나는 알아. 나는 잘 알고 있어. 네가 정말 잘 될 거라는 걸 확신해. 무너지지 않고 계속 결과가 상황이 따라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는걸. 지금도 달리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자랑스럽고 마음이 아파. 이제 정말 힘든 건 끝이 났다는 걸 너도 아마 느끼고 있지? 정말 확실한 것만 남을 거야. 나머지는 두고 떠나야 해. 이제는 더는 돌아보지 말고 마음 약해지지도 말고 눈물을 흘리더라도 그 모든 걸 청산해야 돼. 너의 다음 챕터가 널 기다리고 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계속 너와 함께할 거야. 그러니까 네가 조금 울고 덜 슬프고 덜 불안했으면 좋겠어. 같이 힘내자.
들어있는 말들이 참 다정했다. 글을 읽고 정말 필요한 말을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노트 조각을 소중히 접고 이쁜 편지지를 찾아서 답장이자 미래의 내게 전하는 메시지도 솔직하게 적기로 마음먹었다. 미래에는, 그때의 내게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