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혼자 있어도 되겠구나 느끼는 순간은 혼자 있어도 하나도 안 힘들고 오히려 재미있고 같이 있어도 외롭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나면 혼자 있어서 외로운 거나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거나 그게 그거라는 기분이 되면서 아 외로운 건 당연한 거구나 그게 디폴트 모드고 기본으로 장착된 거니까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걸 느껴버려서 그럼 힘들 필요도 없겠네?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혼자 있으면 안 되나? 그런 물음에는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혼자 있는 게 사무치게 외로워서 다른 사람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할 때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거 같아서 너무 괴롭고 추운데 혼자서 꾹 눌러 참는 건 독이라고 생각하니까 같이 있어도 사무치게 외로울 수 있다는 건 그에 견줄 만큼 괴롭거나 혼자 있는 거보다 더 외롭고 힘들다는 건 겪었을 때야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혼자서도 괜찮고 좋은 사람 오면 오고 내가 너무 불편하고 안 맞으면 같이 안 있어도 되고 그건 그거대로 좋으니까 없으면 말고, 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되니까.
다른 사람 기준과 별개로 내 기준에서 이건 못 넘어가겠다 하는 부분이 어느 지점인지 두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고 파악이 되니까 거기가 건드려지기 전에 미리 나는 이것만큼은 도저히 안되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 정도는 해줄 수 있게 된다. 그건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막연히 내가 더 좋아하니까 감수하고 참아야겠다고 다짐했어도 결국 못 참는 지점이 있고 참는 건 쌓이는 거였다. 직접 느껴봐야 내가 이게 안되는구나. 도저히 참아지지가 않는구나, 하고 본인에게 실망도 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래서 그 순간이 지나고 잠잠해졌을 때 비슷한 패턴에서 빠르게 알아채고 나는 이거 안된다고 아니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는 안된다고. 그거 못 받아들이겠으면 네가 말하는 다른 사람 찾아가, 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너무 달라서 하나하나 안 맞는다면 네가 그걸 전혀 못 받아들이듯이 나도 똑같이 그걸 전혀 못 받아들이는 걸 인지시켜야 할 때가 있다. 감정을 섞어서 말할 필요도 없다. 싸우자는 게 아니니까. 그 사람에게는 그게 별일이 아니고 나도 그 사람 자체에 큰 유감이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정말 아니고 아무렇지 않게 반복될 때는 그 사람의 성향이 그럴 뿐 그게 상처가 되는지 모르고 계속 건드리는 걸 수 있으니까 비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안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래야 그 사람도 잘 모르는 채로 계속 상처 주지 않고 나도 나를 보호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악도 써보고 진도 빠져보고 정 때문에 붙잡아도 보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해보고 그래야 하는 거겠지…. 그럼에도 좋았던 순간도 많이 가져보면 그래도 사람이 그렇게까지 싫지만은 않다. 그게 있어서 새로운 사람이 와도 손을 잡아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