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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직장인, 나도 될 수 있을까?

전쟁터에서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

by 수풀림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도, 유독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상사가 자신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뒤돌아서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는 A부장.

"점심 뭐 먹을까? 오늘따라 얼큰한 짬뽕이 땡기는데~"

고객에게 컴플레인을 가장한 쌍욕을 한바탕 들으면서도, 끝까지 프로페셔널한 말투를 유지하던 B과장. 중요 보고 1시간 전 갑작스런 취소에 빡칠(?)법도 한데, '그럴 수도 있지'라며 웃어 넘기던 C팀장.

반면 나는 어떤가. 상사 표정이 어두워지면, '혹시 내가 잘못했나' 싶어 일단 불안하다. 아직 이틀이나 남은 발표 자리지만, 다 망칠것만 같은 걱정이 앞선다.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안 풀리면, 돌덩이처럼 마음이 무거워지고 수습하려고 전전긍긍한다.


나에게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한톨도 보이지 않는, 동료들의 '여유'가 부러웠다.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 싶어 관찰해보니, 몇 가지 특징이 보였다.

우선, 그들은 회사와 업무 자체에 목을 매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회사 밖에서도 자신을 지탱해줄 무언가의 '믿는 구석'이 있달까. 경제적으로는 월급 외 수입이 있거나 남은 여생을 풍족하게 보낼 자산이 있는 사람들. 커리어 관점에서는 이 회사 말고도 먹고 살 방법을 갖춘 사람들. 즉, 이직할 곳이 있거나(혹은 누군가 계속 러브콜을 날리거나), 제 2의 직업을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마치 분산투자를 하듯이, 일 외의 여러 취미도 즐기고 다양한 관심사에 귀를 기울인다.

두번째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조금 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바로 '나 중심'으로 사는 사람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발을 동동 구르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방향성으로 살아간다. 발표를 못했다고 욕을 먹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지난번보다 발전한 점이 있다면 스스로 만족한다. 자신의 기준과 소신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에, 환경 변화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세번째로 눈에 들어온 건, 그들은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비록 망한 프로젝트라도,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면, 그 자체에 만족한다. 여정 자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는데, 여유로운 이들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진정한 여유로움을 아는 사람들은 과정 자체에 엄청나게 열중한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과정을 즐기며 한다.

반면, 결과에 대해서는 '통제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일하다보면, 내가 아무리 아둥바둥거려도 시장 상황이나 조직 변경등에 따라,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지 않은가. 이건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되, 운명이 러가는 대로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결과가 좋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말고의 자세.


여유로움은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선택할 수 있는 태도'이기도 하다.
무엇을 중심과 기준으로 삼고, 어디에 더 큰 마음을 둘지는 내가 정할 수 있기에. 아무리 바빠도 마음에 여유가 있는 자는, 여유의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참 멋져 보인다.

나는 언제쯤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부러워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여유가 뭐 별거인가 싶기도 하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내가 불안하구나 하며 스스로 인지하는 것, 남에게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참아보는 것, 이런 것도 여유의 자세가 아닐까. 여유는 언젠가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의 작은 선택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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