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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낸 직원의 마음을 돌린 한마디

직장인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이유

by 수풀림

퇴사를 결심하고 사표까지 냈지만, 일 년이 넘은 지금까지 같은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동료 A가 있다.

당시 A는 심지어 다른 회사에 합격해, 이직을 2주일 정도 앞두고 있었다. 그가 여기저기 인사차 퇴사 계획을 알리러 다닐 때, 옆 부서 팀장 B는 유독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어! 그만둘거면 그냥 우리 팀으로 오면 되겠네."

A와 B는 다른 팀이라, 같은 프로젝트에서 협업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만날 일도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에도, B 팀장에게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A의 업무 스타일이 눈에 쏙 들어왔나보다. 마침 그 팀의 팀원을 뽑는 시기였기도 했다. 그때부터, B 팀장은 A를 붙잡고 3박 4일동안 끈질기게 설득을 했다.

"우리팀에는 A 네가 꼭 필요해. 이렇게 사표낼 줄 알았으면, 진작 꼬실걸(?)~~~ 다른 팀 팀원이라 함부로 말도 못 꺼냈는데. "

A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놀라, 계속 고사했다. 이미 간다고 약속했던 회사도 있었고. 하지만 B 팀장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A가 얼마나 그 팀에 절실한 인재인지와 팀 비전 등을 제시하며 어필했다.


엄청나게 고민하던 A는, 결국 B팀으로 부서 이동을 했다.

평소 A의 성향을 알던 동료들은 다들 놀랬다. 옮긴 부서의 업무는 A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커리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A는 이성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가 바뀔만한 결정을, 누군가의 설득으로 바꾼다는 것은 A답지 않았다.

나도 그를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있지 않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일 년전, 그만둘 결심을 하고 사표를 냈을 때였다. 상사는 조금만 더 있어 달라고 했지만, 그의 말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이 조직에 있어도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러던 중 다른 부서에서 러브콜이 왔다. 평소 내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부서 1순위'로 꼽는 곳이었다. 해당 부서장에게 나의 상황과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고, 안 가겠다고,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거라고 말했다.

"난 OO님이 진짜 필요해. 그만두더라도 여기 조금만 경험해보고 그 때 생각해보면 안될까?"

나를 붙잡는 부서장의 말에,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계속되는 설득에 내 마음은 결국 움직여, 부서 이동을 결심하게 되었다.


A와 내 결정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바로 '신뢰. 즉 해당 팀장/부서장의 '나를 향한 믿음'이었다. 예전에 A가 속한 팀의 매니저도, 나의 옛 상사도, 우리를 향한 신뢰를 보여준 적이 별로 없었다. 우리의 역량을 의심했고, 팀원을 효율성을 위한 부속품 정도로 여겼다. 조금이라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싸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다 만난, 예상치도 못했던 나를 향한 믿음에 우리는 마음이 서서히 녹아 내렸던 것이다. 머리로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이 한마디를 며칠간 계속 듣자 마음이 결국 움직였다.

"OO님, 우리팀에 정말 필요해."

우리와 계속 함께했던 상사도 우리를 믿어주지 않는데, 별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옆 부서 상사가 이런 말을 건네다니...나를 필요로 한다는 그 한마디에, 떨어졌던 자신감이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인정 욕구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결코 홀로 일하며 셀프 만족하기는 어렵다.

누군가의 피드백과 칭찬과 믿음으로 우리는 조금씩 버티고,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간다. 나와 함께하는 동료나 상사들의 기대와 신뢰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 믿음을 잃는 순간 방향을 잃고, 그 믿음을 다시 얻는 순간 또 다른 길이 열린다.

리더들은 종종 더 많은 인센티브나 실현 불가능한 제안등으로 사람을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정작 팀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당신이 진심으로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실제로 그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팀원들은 종종 귀신같이 팀장의 마음을 알아 차린다. 나를 이 팀에 정말 필요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지 아닌지.

어쩌면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진심 어린 믿음과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아주 작은 차이, 마음을 건드리는 그 한 끗이라는 것을.


#직장인 #리더십 #팀장 #퇴사 #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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