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과 결혼생활의 공통점

뭐가 있을까

by 수풀림

25년의 끝자락,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이나, 결혼생활이나 비슷한 점이 많구나.'

갑자기 왜 이런 잡생각이 떠올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지루한 회의 시간, 딴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흘렀겠지. 회사생활, 결혼생활 모두를 15년 넘게 경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묘하게 닮은 그 장면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1. 시작은 한 장의 서류로부터

이 회사에 진짜 입사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는 최종 관문은 바로 계약서이다. 설령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하더라도, 계약 직전에 빠그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정식 직원이 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혼인신고를 안 하고 사는 부부도 많지만, 그 서류 한 장에 도장을 찍는 순간 관계의 성격은 달라진다. 연인은 가족이 되고, 선택은 책임이 된다.


2. 어랏, 장점이 다 어디갔지

처음엔 분명 사랑이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이 좋았고, 다 보듬어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 N년차, 아니 몇 개월만 지나도 그 좋던 모습이 죄다 단점으로 치환된다. 치약 짜는 법, 설거지하기, 신발 정리까지 사소한 것들이 거슬린다. 회사는 어떻고.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꿈의 직장이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여긴 아닌 것 같다. 자주 고장나는 엘리베이터도 싫고, 설날 나오는 선물세트마저도 왠지 구리게 느껴진다.


3. 소통하는 관계는 오래 간다

사람 관계나 직장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통이다. 가장 좋은 건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좋아하는 걸 같이 할 수 있는 관계. 하지만 사회생활이 어디 그런가. 부부생활도 마찬가지고.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도 견뎌야 하고, 케미가 맞지 않는 사람과도 함께 일해야 한다. 이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방을 배려하며 내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


4.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음에 안 들어 의견 개진을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다. 배우자에게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눈물콧물을 흘리며 얘기를 해도, 변화의 조짐조차 없다. 한 올 남은 희망마저 사라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변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일 수도 있다. 나도 바뀌기 힘든데, 어떻게 배우자나 회사를 바꾸겠나. 이 사실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면, 지금과 다른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다.


5.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한 순간

회사든 결혼이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고,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그럴 때 필요한 건 미련과 원망이 아닌, 작별과 마무리다. 같이 있을 때 싸우고 상처주는 결혼생활보다는, 헤어짐이 더 나을 수 있다. 회사에 불만을 갖고 다닐바에는, 나랑 맞는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게 낫다. 물론 관계가 오래될수록 결정이 쉽지 않으나, 관계가 여기까지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어쩌면 회사생활과 결혼생활이 닮았다고 느낀 건, 둘 다 들어갈 때보다 나갈 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관계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연말이 되고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씩 퇴사하는 걸 지켜보며, 그들의 처음이 떠올랐다.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입사했던 순간, 승진했다고 기뻐했던 순간, 열정만으로 밤을 새며 프로젝트를 완수했던 순간 등등 말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회사를 그만둔다 말할 때, 나는 더 이상 그 선택을 가벼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충분히 애썼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다만 인생이 강물처럼 흘러가듯, 헤어짐의 순간이 온 것일 뿐. 아쉬움이 남아 조금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보다 더 큰 마음은 응원이다. 각자의 속도로, 더 나다운 방향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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