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의 미학
일할 때 유독 합이 잘 맞고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
사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도 좋지만, 이번에는 ‘즐겁게’에 방점을 두고 글에서 풀어 보려고 한다. 일이라는 건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복잡한 영역이라, 성과만 좋다고 케미가 자동으로 터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종종 완벽주의자거, 엄청난 업무 능력의 소유자, 혹은 무지 똑똑한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있다. 그들을 보면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까지 든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일을 잘 하나 감탄한다. 그들의 노하우를 배워,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마구 든.
하지만 그들에게서 내가 갖고 있던, 외면하고 싶은 ‘단점’ 역시 보였다.
일을 잘하기 위해 나를 더 많이 갈아 넣거나, 과정보다 성과를 중시하거나, 소통 대신 속도를 택하거나 등등. 특히 일에 뒤쳐지는 팀원을 답답해하며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며, 마치 거울을 본 듯 뜨끔했다.
그런 동료들과 함께 일했을 때, 업무적으로 배울 점은 많았지만 사실 피곤했다.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반성의 마음도 올라왔다.
‘아, 내가 일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한테 저렇게 비칠 수 있겠구나. 앞으로는 저렇게 빡빡하게 굴지 말아야겠다.’
반면, 일의 궁합이 잘 맞으면서도, 같이 일할 때 즐겁게 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여유’라는 공통점 있었다. 걱정을 사서 하고 불안에 무릎을 달달 떠는 나한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 큰 일을 앞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자기 중심이 단단한 사람들 말이다.
‘에잇, 될 대로 되라지. 망치면 좀 어때.”
지난 달 CEO 미팅을 앞두고, A 팀장과 협업을 했을 때도 그랬다. 나 같으면 발표 1시간 전에는 너무 초조해서 청심환부터 찾았을텐데,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미국 사는 CEO 다시 볼 사이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하다 와야겠다.”
그도 물론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안도가 되었다. 나도 슬며시 웃음이 나며, ‘될대로 되라지’라고 같이 생각하게 되었고.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불안이 스르르 빠져 나간 기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동료의 스타일은, 여유와 유머감각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런 동료들과 일할 때는, 불필요한 힘을 빼고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떨어진다면, 생각없이 ‘강강강’의 강도로 스스로와 팀원들을 빠르게 몰아 붙인다. 반면 여유 있는 동료와 함께할 때는, 그들이 고장난 나의 속도 감각을 조율해준다. 그래서 다시 정상의 강도와 속도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들은 성과를 위해 채찍질하는 나를 잠시 멈춰 세우고, 모두 즐기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나는 그들을 회사 속 '코미디언'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건 그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다. 똑같이 바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 일의 고수다. 그들이 만들어주는 여유 한 스푼이 팀 전체를 살리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삶과 일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어서다.
다만 하나 덧붙인다면 '여유'만 갖춘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건 아니다. 각자 맡은 일인분의 몫은 하면서, 유쾌함과 여유를 미덕으로 갖춘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일을 못해내면서 웃기기만 한 사람은, 솔직 기피대상 1호다. 기본적으로 업무 역량을 갖춰야, 같이 일할 마음이 생긴다. 생각해보자. 협업을 해야 하는데, 뺀질거리면서 농담이나 날리는 사람이 뭐가 예쁘겠는가.
아무튼,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해본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겐, 함께 일하고 싶은 매력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자기 반성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