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피챗 - 팀장은 원래 외로운건가요

팀장 되기 싫었다고요

by 수풀림

"우와, 축하드려요!"

얼마 전 팀장이 된 회사 후배 A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은 게, 몇 년쯤 지난 일 같다 말했어요.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요. 그러면서 저에게 묻더군요.

"팀장 되는 거, 진짜 좋은 거 맞아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나와 당황했어요. 선뜻 뭐라 답을 하기 어려워, 대답 대신 A를 가만히 바라봤어요. 다시 보니 그의 표정은 밝고 씩씩해보였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어요. 어딘가 공허해 보이고, 부정의 기운이 가득찬 느낌이었죠. 젊은 나이에 팀장으로 승진한 A에게 주변 사람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보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니었나봐요.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A는 팀장이 되고 나서 느낀 힘든 상황들을, 폭포수같이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위에서 하라는 건 많은데 자신은 팀원한테 선뜻 그 일을 시키지도 못하고 샌드위치가 된 상황, 팀원은 정시 퇴근해도 자신은 남아서 야근을 해야만 겨우 주어진 일을 마칠 수 있는 상황, 팀을 대표해 참석해야 할 수많은 회의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모든 것들의 무게 등등. 한참을 털어놓던 A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이 중에서 제일 힘든 건요, 외로움이에요...아시잖아요. 저 원래 팀원들이랑 친했던 거. 그런데 제가 팀장되고 나니, 예전같지 않더라고요."

A와 팀원이 속한 팀을 원래 이끌던 팀장은, 꼰대 김부장같은 스타일의 사람이었어요. 팀장의 꼰대력이 세질수록,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일을 시킬수록, 반대로 팀원들끼리는 똘똘 뭉쳤다고 해요. 비밀 술자리를 만들어 팀장 욕을 하며 단합하고, 누구 한 명이 못 견디겠다고 그만두겠다 할 때도 서로 말려 가면서요.


하지만 퇴사한 꼰대 팀장 자리에 A가 올라가자, 팀의 공기가 180도 바뀌었다 하네요.

팀원들과 함께 점심 먹으러 나가자 말하면, 왠지 꺼려하는 눈치였대요. 늘 같이 하던 커피타임도 어느 순간부터 배제된 것 같았고, 회의 시간에도 팀원들끼리 눈빛을 주고 받으며 자신과는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하네요. 어렵게 잡은 회식날에도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았고, 다음날이 되서야 자신만 빼놓고 2차를 간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갈수록 확신이 들었다고 했어요.

'아, 내가 예전 우리 팀장님 전철을 밟고 있구나.'

그때서야 A는 깨달았다고 해요. 팀장의 외로움은 그 자리 자체의 숙명이라는 걸요. 그렇게 친했던 팀원과도 어느새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더 이상 다가가기 어려운 거죠. 팀장과 팀원이라는 관계의 역할 때문에요. 사람은 그대로인데, 단지 팀장이 되었을 뿐인데,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바뀌기도 하거든요.


괴로워하는 A에게 저의 과거 경험담을 들려줬어요.

팀장이 되고 나니 팀원들이 저에게 등을 돌렸던 순간. 무능한 팀장이었던 나를 의심하기도 하고, 팀원들과 어떻게든 다시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던 장면들을 말이에요. 이런 얘기를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도 못해 당시에는 끙끙 앓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어요.

"예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을거야. 팀원이랑 친구가 되는 건 사실 불가능하지."

A가 절대 듣고 싶어하지 않을 얘기였을지도 몰라요. 그 말은 위로라기보다, 미리 겪어본 사람의 솔직한 고백에 가까웠어요. 팀원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도, 팀장은 결국 판단해야 하는 사람이고 팀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이 사실을 애써 부정할 수록, 마음은 더 깊은 외로움의 늪에 빠질 수 있어요.


A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조용히 물었어요.

어떻게 이 시기를 극복했는지 말에요. 저도 외로움을 잘 못 견디고 사람과의 깊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이라, 이 시기가 특히 힘들었거든요.

"다른 팀장들이랑 친하게 지내봐. 아직은 힘들겠지만, 그들과의 공감대가 앞으로 더 많아질거야."

마치 남녀간의 이별처럼, 사람은 사람으로 잊혀지더군요. 친했던 팀원들 대신, 팀장들과 친밀감이 형성되니 조금은 살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같이 모여 팀장 욕을 했다면, 그 대상이 임원으로 바뀐 것 말고는 크게 다를 것도 없었어요. 팀장들의 힘든 점을 서로 털어놓고, 서로 도움을 주는 연대감이 그 시기의 저를 살렸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팀장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는 걸 인지하는 것이에요. 원래 그렇겠거니 생각하면, 상황을 받아들이기 수월해져요. A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혼자가 된 게 아니라, 혼자 서야 하는 자리에 올라섰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겠다고요.

어쩌면 팀장의 외로움은 견뎌야 할 시련인 동시에, 그 자리에 제대로 서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네요.

화요일 연재
이전 14화직장인 커피챗 - 또 나만 진지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