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거부 시대, 왜 팀장이 되어야 할까
"제가 꼭 팀장 해야되나요? 저 진짜 안 하고 싶은데..."
팀장을 시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우스갯소리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예전 직장인의 목표는 착실히 승진을 해서 팀장이 되고 임원을 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조직보다 개인의 삶이 훨씬 중요해진 요즘, 팀장이 되면 포기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리라.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 조직 생활에서 팀의 성과도 책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야근도 밥먹듯이 해야 한다. 팀원일때보다 연봉은 올라가지만, 시간당 급여는 오히려 낮아지는 아이러니. 게다가 상사와 팀원 사이 샌드위치처럼 낀 역할은, 그 둘에게 욕 먹기 딱 좋은 위치기도 하다. 한다고 열심히 해봤자, 나한테 돌아오는 게 도대체 뭘까 회의감이 드는 자리랄까. 이러니 팀장 자리를 거부하고 기피하는 현상이, 몇 년 전부터 뉴스 거리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팀장 자리를 제안받은 후배들이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 도전해보라 부추긴다. 뭐든지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깊게 알 수 없으니, 후회가 남기 전에 해보라고 하는 거다. 고민한다는 것은, 그래도 마음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가끔씩 '라떼는~~'을 시전하며, 경험담을 말하기도 한다. 팀장이 되니 비로소 알게 된 전 팀장의 인간적인 면모, 육아와 팀원 관리의 공통점,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 생긴 팀원과의 갈등 등에 대해서 두서 없이 쏟아낸다. 그러다보면 가끔씩은 팀장이 얼마나 책임감은 막중한데 권한은 별로 없는 자리인가에 대한 성토가 되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팀장을 경험해보고 나서, 나에게 맞는지 직접 판단하라는 잔소리는 100% 진심이다. 듣고 머리로 판단하는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는 팀장 워크샵에 게스트로 참석했다.
해당 부서의 팀장들이 주축이 되어, 이틀 내내 강도 높은 토론을 해야 하는 자리였다. 주제는 부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 세 가지. 미리 조별로 모여 몇 번씩 사전 자료 조사, 모의 토론을 하고 참석했다고 들었다. 사장님까지 오시는 자리라 만뱐의 준비를 했으리라.
아무튼 팀장들은 이 자리에 참석하며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해야될 업무도 많은데, 팀을 대표해 준비도 해야 하고 이틀이라는 시간도 빼야 하기 때문이다. 워크샵 토론 이후에 떨어질 팀별 숙제도 아마 걱정되었겠지. 여기에는 팀장이 된지 얼마 안된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워크샵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하게도 그들의 굳은 표정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따로 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아마도 잠시나마 그들은 팀장이라는 부담감 대신, 팀장이 된 장점을 몸소 체감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오전은 타부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는데, IT, 서비스, 물류센터 등의 부서의 대표분들이 참석해 강의를 진행했다. 각 부서의 방향성과 준비되어 있는 인프라에 대해 산업 동향을 곁들여 설명해주셨다. AI 시대 업무 환경 변화와 이에 대비한 회사의 투자 방향성, 물류 자동화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 회사 서비스 만족도 개선을 위한 여정까지. 그동안 회사를 10년 넘게 다닌 나조차도 잘 모르던 사실들이 많았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팀장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여러 질문을 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내가 꼽는, 팀장이 되었을 때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무자일 때는 내 업무, 내 제품, 내 고객 중심의 정보가 들어온다면, 팀장이 되면 회사가 어디로 가려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각 부서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했는지, 그 배경과 맥락이 함께 전달된다. 팀을 위해 내리는 결정에, 이런 정보는 중요하다. 기존에 이해되지 않던 회사의 방향성들이, 나의 업무와도 연결된다.
이런 정보들이 비단 팀을 위한 업무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AI 시대 가장 중요한 개인의 능력 중 하나는, '정보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재능이라고 한다. 흩어진 정보를 모으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선별하고, 그 관계를 읽어내는 힘.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이 선택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려보는 힘 말이다. 팀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훈련이 반복된다. 통합적 사고에 필요한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비단 위에서뿐만이 아니라, 팀원을 통해서도 말이다. 이것을 통해 결국 AI는 하지 못하는 중요한 결정과 판단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팀장이 된다는 건 직함을 얻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경험이다.
점처럼 흩어진 정보들을 연결해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을 엮어 하나의 면으로 읽어내는 훈련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 시야는 팀장을 그만둔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후 어떤 역할을 맡든 그대로 남을 것이다. 팀장 자리를 수락할지 거절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원하는 삶과 부합하는지 생각하고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거절하면, 그와 함께 이런 성장의 기회도 함께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은 염두해두고 선택하시라 말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