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은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할까

그래서 결론이 뭔데?

by 수풀림

팀장님에게 주간보고를 하는 자리.

먼저 김대리의 차례다.

"지난 주에는 OO사에서 컴플레인을 받았는데, 본사에 물어봐도 답도 없고 내부적으로 논의해봐도"

아직 그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팀장님은 말허리를 싹둑 자르며 물어본다.

"그래서 지금은 해결이 되었다는거에요, 아니에요?"

김대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아직 해결을 못했다고 답한다.


사장님에게 부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미팅.

산업 동향이 담긴 2번 슬라이드를 얘기하고 있는데, 사장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는 것 같다. 최상무는 눈치를 보며 다음 장을 넘기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역정을 내며 말한다.

"산업 동향 잘 알겠고, 그래서 최전무가 얘기하고 싶은 결론이 뭔데요?"

최전무는 부랴부랴 슬라이드를 스크롤해서 마지막장인 35번 장표에 담아둔 결론을 보여준다.


내가 겪은 리더들은 왜 하나같이 성격이 이렇게 급할까.

어떤 보고이건 미팅이건 설명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래서'와 '결론'을 먼저 언급한다.

그런 그들이 참 성급하다 원망했지만, 내가 팀장이 되고 보니 이제는 알 것 같다. 팀원이 찾아와 한참 상황 설명을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급증이 든다. 10분 후에 곧 회의가 시작하는데, 언제 결론을 말하려나 싶어서. 이것 말고도 내가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이야기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속으로 '인격수양 하는거다'라고 생각하며 인내심을 최대한 끌어올려보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팀원의 말을 끊게 된다.


팀장도 이런 상황인데, 임원들이나 대표는 오죽할까.

그들의 하루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침 7시나 밤 10시에도 미팅을 하고, 수없이 많은 요청을 받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한 부서에서 한 명씩만 찾아와 미팅을 해도, 하루가 금방 간다. 어떤 안건은 오늘 판단하지 않으면 바로 일정이 멈춰 서고, 결재가 잠깐만 늦어져도 여러 부서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그들에게 시간은 돈이나 금보다 귀한 자원이다. 리더들의 성격은 타고날때부터 급했던 게 아니라, 급하게 살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리더에게 보고할 때는, 두괄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리더가 듣고 싶은 말은 크게 두 가지다. 현 상황에 대한 결론과 리더가 개입해서 해결해줘야 하는 지점.

마치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를 하듯, 1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리더에게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요약 발표 전략이 요구된다. 결국 좋은 보고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리더의 금쪽같은 시간을 아껴주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아마 이 글을 읽으며 ‘우리 팀장님은 내 말을 끝까지 잘 들어주시던데?’라고 생각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꽤 운이 좋은 편이다. 아마 그 팀장님은 웬만한 내공으로도 버티기 힘든 인내심을 가진 분일 테니까.


#보고#두괄식#직장인

매거진의 이전글회사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