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결국 남는 건 사람

by 수풀림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동료의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경력자의 이직에서는 거의 필수 관문이라 종종 비슷한 요청을 받는다. 주로 회사에서 맡은 일을 잘 해냈는지와 협업할 때 괜찮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그때마다 나는 보통 이렇게 답하곤 했다.

"아, 저는 그분과 협업할 일이 많지 않아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네요. 다른분께 듣기로는 일은 괜찮게 하신다더라고요."

마음속으로는 그 동료가 설령 별로라고 생각하더라도, 내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진로가 막힐까봐 최대한 중립적으로 좋게 말을 했다. 하지만 최근 받았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는,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OO님은, 앞으로도 함께 일하고 싶은 분인가요?"

속으로 '아니오'를 외치며 어색한 침묵 상태로 전화를 끊었다. 상대방도 아마 다 눈치 챘으리라.


우리 회사에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SKY를 넘어 해외에서 박사를 마치고 온 사람부터, 글로벌 회사에서 임원을 하다 온 사람까지. 그러나 능력 있는 사람이 꼭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재능은 넘쳐도 싸가지가 없으면 함께하기 힘들었고, 일은 잘해도 혼자 공을 다 챙기면 슬슬 피하게 됐다. 반대로 화려한 스펙은 없어도 이상하게 그 사람만 찾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다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1인분의 몫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이게 뭐 당연한 얘기인가 싶으신 독자분들도 있겠지만, 회사 안에는 그렇지 않은 빌런들도 많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문제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거나, 책임을 외부 환경이나 다른 동료에게 돌리는 사람들. 가만히 관찰해보면,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일을 맡길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 있다. 결과에 책임을 지기 위해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결과가 어떻든 끝까지 붙잡고 해결해낼 거라는 믿음이 가는 사람 말이다.


두번째는 말만 앞세우지 않고 몸소 실행하며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조직에 잘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김과장이 가져온 기획서의 논리가 안 맞는다며 지적을 하고, 최부장의 지시 사항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비판하며 내가 하면 저것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막상 그 일을 맡으면 잘 못해냈다. 반면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은 달랐다. 큰 소리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결과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설명해주었다. 조용히 움직이는 그 뒷모습이 어떤 말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입으로만 열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쉽게 피로해졌지만, 몸소 실천하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에게는 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진정한 신뢰감은 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언행일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마지막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다.

일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입장에서, 우리팀의 입장을 앞세워 추진할 때가 생긴다. 이런 경우 상대방의 이익과 부딪혀 종종 마찰음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때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협업의 중요한 열쇠다.

"저도 힘든데 왜 저쪽 편 상황까지 배려해줘야 되나요?"

팀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사실 배려라는 건 상대방을 위한 게 아니라, 결국 나 자신를 위한거야."

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팀원들에게 덧붙여 설명한다. 돌고 돌아 너도 그 입장이 되면 배려가 절실해질 거라고. 협업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모여 함께 하는거고, 서로를 이해해야 앞으로 나가기 수월하다. 나아가 배려가 선의가 아니라 일을 잘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걸, 시간이 흐르니 깨달았다.


과연 나는 내가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인가 반문하게 된다.

예전에는 성공의 기준이 일을 끝내주게 잘해서 인정받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좀 달라졌다. 누군가에게 내 레퍼런스 체크를 했을 때, 망설임 없이 같이 일하고 싶다는 답을 듣는 것. 직장인으로서 이보다 더 영광스런 타이틀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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