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쫓다가 내가 쫓겨날수도
"블라인드 보셨어요? 어제 올라온 거 장난 아니던데."
"김대리 얘기 들었어? 팀장이랑 대판 싸웠다잖아."
일과 사람이 얽히는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종종 드라마가 생긴다. 파격적인 승진 발표에 발칵 뒤집힌 옆 부서 이야기, 워크샵을 갔다가 눈 맞았다는 불륜 커플 이야기, 인사팀에 꼰대 최부장에 대한 불만이 정식 접수되었다는 이야기 등등.
드라마의 특성상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자극적인 소재일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다. 무료하고 똑같은 일상 중에 갑자기 들려오는 김치 싸대기같은 소식은, 도파민 그 자체다. 설령 이과장이 일을 깔끔하게 잘 한들, 박차장이 후배들을 잘 돕는 착한 사람인들, 이런 얘기들은 절대 소문거리조차 될 수 없다.
회사에는 유독 이런 가십에 민감한 직장인들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유독 듣는 귀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이라도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포착한다. 종종 그게 사실이 아닐 때도 있고 부풀려진 이야기일 때도 있지만, 이들에게 그건 중요치 않다. 자신이 얼마나 빨리 드라마를 감지하고, 주변에 널리 퍼뜨리는가가 우선순위다.
문제는 그렇게 전해진 뉴스 대부분이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된 5년차 임대리가 이번에 과장을 달았다는 소식이, 신과장이 예쁜 여직원들을 찝쩍거린다는 소식이, 조부장 때문에 그 팀 퇴사율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과연 나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일까. 어쩌면 이건 SNS에서 퍼지는 연예인 소식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 잠깐은 흥미로울 수 있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 말이다.
드라마는 결국 드라마일 뿐이다.
한 회가 끝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사람들의 관심도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떠들썩했던 사건도 며칠만 지나면 새로운 소식에 밀려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다. 회사라는 무대에서는 늘 이런 장면들이 반복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마음을 홀라당 빼앗긴다. 그런 소문들을 듣느냐 시간을 쓰고,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고, 또 다른 소식은 없는지 찾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회사 드라마에 귀를 쫑긋 귀울이다보면, 정작 내 일과 커리어에 집중하기 어렵다.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럴 때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얘기가 내 삶에 진짜 중요할까?"
만약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오면, 소문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면 된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거다. 반대로 나에게 정말 중요한 소식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내 직속상사가 바뀐다거나 우리 부서의 조직개편 등은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다. 직장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제대로 듣고, 제대로 대응하면 된다.중요한 건 모든 소식에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내 삶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정보와, 그냥 흘려보내도 될 가십을 구분하기.
가십과 드라마에 둔감해진다는 건, 세상 돌아가는 걸 못본척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에 집중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겠다는 선택이다. 한정된 내 시간과 자원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직장생활의 방향성도 달라질 것이다.
블라인드 앱을 삭제한지 2년이 되었다. 예전에는 올라오는 글과 댓글 하나하나에 마음이 출렁였고, 들려오는 소문마다 괜히 불안해지곤 했다. 하지만 그걸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내 삶에 특별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요즘 나는 블라인드를 보는 대신 커피챗을 한다. 소문을 소비하는 대신,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다. 익명의 공간에 올라오는 말들은 때로 감정이 거칠게 표현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에는 훨씬 더 많은 맥락과 진심이 담겨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이다. 소문에 끌려다니며 살 것인가, 아니면 내 인생을 직접 쓰는 사람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