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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Feb 07. 2024

회사에서 '그랬구나' 해보기

이해의 시작은 경청으로부터

'그랬구나' 대화법을 아시는지?


오은영 박사님이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언급한 솔루션 중 하나가 바로 '그랬구나'라고 말해보기다.

가령 금쪽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자기랑 안 놀아줘 속상하다며 엄마에게 말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 상황에서 엄마는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

"금쪽아, 속상해하지만 말고 먼저 친구들에게 장난감도 양보하고 같이 놀자고 해봐~~~~"


반면 같은 상황에서 엄마가 "우리 금쪽이가 친구들이 안 놀아줘서 많이 속상했겠구나."라고 말하며, 먼저 아이의 감정을 읽어준다면?

금쪽이는 그제야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것이다. 그리고 왜 친구들이 자기랑 안 놀아줬는지 혼자 유추해 보며, 다음에는 이렇게 놀자고 해볼까라며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랬구나' 대화법의 핵심은, 섣부른 상황 판단이나 솔루션 제시보다는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금쪽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하고 속이 터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감정과 생각을 철저히 배제하고, 금쪽이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랬구나' 대화법을 만약 회사에서 실천해 본다면?

오늘 나의 글은 이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상대방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한다. 아니다! 종종이 아니라 아주 자주. 그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솔직한 마음은 아마 '저 인간 왜 저런대'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의 마음과 감정을 살짝 내려놓고,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려 보자.


예시 하나.

옆부서 팀장이 찾아와 우리 팀이 했던 업무와 팀원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가만히 듣고 있지만 속이 끓어오르며, '너네 팀이나 잘하면서 그런 얘기해라, 쯧쯧'이란 마음이 든다.

하, 말인지 방구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더 어이가 없다.

결국 듣다가 참지 못하고 쏘아붙인다. "아니,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신 거예요? 그럼 이렇게 저렇게 해결해 드리면 되나요?"

상대방은 이런 나의 반응을 보며 더 언성을 높인다.

 앞으로 일 똑바로 하자고, 팀원 관리 잘 하라며 대화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만약 이 상황에서, 본능에 의한 반응을 자제하고 '그랬구나'의 대화법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대화법의 포인트는, 상대방의 말 중 중요한 포인트를 따라 말하고, 마지막에 그랬구나로 감정까지 읽어주는 것이다.


"아, 저희 팀원이 OO업무를 사전 협의 없이 진행해서, 팀장님이 내에서 많이 곤란하셨겠군요."


사실 이 말을 내뱉으면서도 속마음은 따로 놀 수 있다.

이 사건의 전말은, 바로 당신네 팀원이 제대로 협조를 안 해줘서 사전 협의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라고 팩트를 전달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과 마음은 우선 깔끔하게 내려놓고, 즉각 반응을 참아보자.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그랬구나' 대화를 시도해 보자. 사건의 전말과 진실 여부를 떠나 상대방은 이런 상황에서 나와는 180도 다른 감정이 들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가 느낀 감정을 먼저 알아준다면, 의외의 나의 반응에 놀라며 퍼부으려고 했던 불만의 30%만 배출할 수도 있다.

"(머쓱해하며) 흠흠, 그렇죠. 제가 팀미팅을 하며 그 소식을 듣는데 진짜 당황했다니깐요? 앞으로는 주의해 주세요."




대화할 때 상대방의 정제되지 않은 표현법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표현 너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자.

모든 사람은 공감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고, 그 욕구가 해소되어야만 다음 대화가 긍정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목적은, 문제와 갈등 해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100분 토론처럼 대놓고 의견 반박하는 것은, 회의 시간에 업무 조율할 때 합리적으로 하면 되니까 말이다.


오늘은 마음속에 차오르는 상대방에 대한 조언과 충고는 잠시 주머니에 넣어 놓고,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여보자.

상대방의 의견과 감정을 인정하면, 나도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다.


사실 이렇게 쓰면서도 양심에 콕콕 찔린다. 왜냐고? 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서이다.

그러니깐 이렇게 글로 쓰면서 한 번 더 반성도 해보고, 오늘의 대화에서 꼭 실천해 봐야겠다 다짐해 본다.


#글루틴 #팀라이트


PS. 주의 - 그랬구나 대화법의 부작용 : 상대방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랬구나'만 남발하면, 금세 나의 숨겨진 속마음이 들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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