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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Feb 08. 2024

내가 찍은 점은, 선이 될 수 있을까

인생 연결 고리를 찾아서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새로운 리더와의 첫 면담 시간. 나에게 '10년 후 커리어 목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나는, 어버버 하게 사실 잘 모르겠다 대답했다.


요즘 마음의 퇴사병이 다시 도졌다.

지금 이 자리에 있자니 성장에 대한 자극도 없고, 회사에서의 내 앞날이 쉬이 그려지지 않았다.

반면 이 자리를 박차고 다른 곳으로 가자니, 밖의 세상이 두려워 용기가 안 난다.


이 회사에서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이 회사뿐 아니라 이 업종에 계속 종사한다면, 나의 미래는 어떨까. 

잘하는 것을 그저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에 와있을 뿐이었다. 힘들었지만 중간중간 성장 자극을 받으며 나름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라고 얘기하고 싶을까?


나는 새로운 리더에게 결국 솔직한 마음을 살짝 털어놓았다.

"저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나는 직업으로 따지자면 심리 상담사나 코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사람들의 속마음과 내면을 잘 듣고, 그들에게 필요한 긍정적인 성장 자극을 주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7년 전 나는 이 업계를 완전히 떠나리라 결심하고 퇴사를 감행했다.

실패감과 회의감으로 퇴사는 했지만, 막상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 그냥 있는 게 싫어, 집 앞 행정복지센터에서 하는 '아동미술 심리상담' 강의를 수강했다.


미술을 좋아했지만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는데, 심리상담을 곁들이니 수업이 너무 재미났다. 

짧은 이론 강의가 끝나면 바로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들고, 여기에 대해 강사님이 분석을 해주셨다.

내가 그린 그림은 나의 지금 심정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몰랐던 나의 내면까지도.


수강생이 총 10명 남짓이었는데, 하루는 수업 과정 중 수강생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생각나는 그림을 그려보라 했다. 롤링 페이퍼처럼 그림은 돌아가며 그려졌고, 나중에 그 그림의 주인공이 9명이 그려준 그림 중 가장 자신을 잘 표현한 그림을 선택하고 이유를 말하는 방식이었다.


놀랍게도 9명 중 8명이 내가 그린 그림을 선택해 주었다.

나는 그냥 그 사람 하면 생각나는 어떤 이미지 (예- 노을빛, 사과, 핑크빛 하트 등)를 자연스레 그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그림을 선택해 준 사람들은 자신을 잘 표현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한 감정도 들었다.


강사님을 따라 동네에서 하는 행사에 같이 나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분석해 주는 실습도 해보았다.

평생 아이들을 위해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으로 친해지고 그들의 내면을 알게 되니 보람 있었다.


진지하게 아동미술 심리상담가가 돼 볼까 생각도 해보고 자격증도 따봤다.

결국은 백수생활 도중, 지금 내 포지션에 대한 제안을 받아 잠시 이 꿈은 접어놓고 있다.




지금 이 회사를 다니면서도 방황을 하며 다른 길을, 나를 찾아 헤맸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대로, 이때 시도했던 것 중의 하나는 '코칭 수업 듣기'이다.

코칭은 나에게 상담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 인생 나침반을 마침내 찾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회사원의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수업을 들은 이후 아무 액션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씀으로써 내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며 정리한다. 회사 일이 바쁠 때면 글쓰기를 내려놓고 싶다가도, 이것만은 마지막 나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쓴다.


나는 오늘 글감인 '연결'이라는 주제를 받고, 그동안 내가 하고 싶고 끌렸던 것들에 대한 연결점을 생각해 본다.

아동미술 심리상담, 코칭, 글쓰기는 과연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이것들을 어떻게 나의 지금 회사 생활에 녹일 수 있을까.


내가 시도했던 것들은 점처럼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한다.

이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기는 하는 걸까? 나는 불안하고, 아직 잘 그려지지 않는다.


다시 새로운 리더의 질문을 나에게 다시 던져본다.

10년 후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요?


솔직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나는 언젠가 내가 가진 컨텐츠로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코칭을 하며 타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지만, 언젠간 나의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어 나만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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