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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Mar 11. 2024

영어 빨리 잘하려면 뭐부터 해야 돼?

영어는 인생 숙제

회사에서 옆자리에 앉는 짝꿍과 아침 7시에 종종 커피 타임을 갖는다.

그녀와 나는 나이도 동갑에 일찍 출근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록 부서는 다르지만 사장님과 직원들 사이에 낀 세대라는 공감 포인트도 있다.

우리는 스타벅스가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커피를 주문한 이후부터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회사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날 일들이다. 

회사일이란 다 그렇지 않은가. 어디선가 무슨 일이 터지고, 누군가 퇴사하고, 환경에 따라 매번 방향성이 바뀌고, 매출 달성은 항상 어렵다 한다.

즐거운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많은 곳이 회사이지만, 그녀와 함께 하는 동안 커피와 위로가 함께해 회사 생활도 그럭저럭 괜찮다 느껴지곤 했다.


어느 날에는 7시 전에 출근하는 그녀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대략 20분 후쯤 자리에 돌아온 그녀는 영어 공부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물어본다.

"영어를 속성으로 잘하려면 뭐부터 해야 되냐?"


뜬금없는 질문에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사장님이 주최한 컨퍼런스 콜을 하다가 글로벌의 높은 분(?)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해 혼났다고 한다.

쪽팔림을 동반한 자극을 받고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단다. 하지만 영어가 생각보다 팍팍 늘지 않아 답답하고,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 싶다며 푸념한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며 여러 동료들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영어가 공용어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영어를 쓸 일이 생긴다. 이메일, 채팅, 컨퍼런스 콜, 발표 등... 한국어를 쓰는 목적과 다를 바 없다. 영어도 중요한 소통의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영어권에서 살다 왔거나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몇몇의 동료 빼고는, 영어는 평생의 숙제가 돼버린다.


다시 나의 커피메이트인 짝꿍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영어를 빨리 잘하려면 무엇을 해야 될까? 

개인적으로는 어떤 종류의 언어든, 빨리 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비법이 과연 있을까 싶다.


처음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고 1년 후, 영어에 대해 고민하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에 스터디를 한 적이 있다. 개중에 내 영어가 조금 더 낫다는 이유로 스터디 커리큘럼을 짜고 퍼실리테이션을 했다.

하지만 몇 주간 유지해도 이 스터디가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은 없었다.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나는 갑자기 학창 시절부터 수년간 배운 영어가 아닌, 새로운 언어를 시도하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언어는 어떻게 해야 잘하게 되는 걸까 그 프로세스가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시작해서 잘하게 된다면, 그 비법을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마침 이직한 옛 동료가 중국어를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추천해서 그 길로 주민센터 중국어반에 등록했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미국계 회사라 중국어를 쓸 일이 정말 하나도 없다. 

그냥 언어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을 뿐이다.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 해서 글에만 적어본다)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약 8년이 흘렀다.

현재 내 중국어 실력은 딱 3-4살 수준이다. 백수 시절 HSK4급을 땄지만, 토익점수 높다고 영어회화 잘하는 건 아닌 것처럼 중국어 회화는 왕초보이다. 간간이 전화중국어로 명맥을 이어가다 그것마저 손 놓은 지 오래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꽤 많다. 

그래서 동료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나의 중국어 학습 경험을 통해 풀어보려고 한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회사원들에게]


1. 영어를 왜 잘하고 싶은가요?

무엇이든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다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왜' 잘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회사에서 필요하니 혹은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해 보이기 위해서가 대답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원들에게 가장 큰 이유는 '업무에 필요한 필수 소통 수단이기 때문에'일 것이다. 만약 그렇더라도 나만의 이유를 다시 찾아야 한다.

나만의 이유는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의 시작점이다.


나의 짝꿍 동료의 예시를 들어보자. 그녀에게는 글로벌팀과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잘해서 프로젝트를 따와야 하는 미션이 있다. 이메일이 아닌 발표와 Q&A를 통해서 그 미션을 수행해야 하므로 이것에 초점을 맞춘 공부를 해야 한다.

단기간에 발표의 신이 되는 비법은 당연히 없다. 그러나 발표 표현법을 공부하거나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영어로 만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내가 영어를 잘해야 하는 이유를 나 스스로부터 찾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여기부터 시작해야 끝까지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발견할 것이다.


2. 지름길은 없다. 흥미 있는 길만 있을 뿐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 멋도 모르고, 조금만 배우면 쉽게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남들은 다 짧은 기간에 쏼라쏼라 말도 참 잘하는 것 같아 배도 아프고 나도 빨리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건 딱 '도둑놈 심보'였다. 잘하고 싶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날로 먹으려고 했었다. 

눈에 보이는 길은 멀고 험해 편한 지름길을 택하고 싶었으나, 겪어보니 지름길은 유니콘 같은 존재였다.


대신 멀고 험한 길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로 언어를 문화로 배우는 것!

학창 시절 내내 영어를 글과 문법, 시험으로 배우면서 되게 지루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원 때 처음으로 밤새워 본 미드(미국 드라마)는 영어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바꿔 주었다.

위기의 주부들을 보며 미국 중산층 아줌마들의 삶을 들여다봤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뉴욕 커리어 우먼의 삶을 동경했다.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서 끊을 수가 없었다. 

미국인의 삶, 직업, 음식 등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니, 영어가 비로소 공부할 대상이 아닌 소통의 수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면 언어를 좀 더 재미있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결국 언어는 문화를 이루는 하나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영어권 문화를 같이 접하면서 영어를 친숙하게 만들어 보자.


3. 최적화된 환경 세팅

영어를 조금 더 빠른 시간 안에 잘하고 싶다면 영어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소리라고?

맞다! 하지만 이 환경을 만드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집에서 가족들과 영어로 얘기할리도 만무하고, 직장 동료들과 영어로 수다를 떨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내가 중국어를 배울 때 했던 방법 중 하나는, 출퇴근길 중국어 방송 듣기였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한 단어도 못 알아들었다. 선생님과 달리 너무 빨리 말해서..... 그러나 흘러 듣더라도 그냥 틀어놨다. 

아이를 키우며 언어 습득에 대해 단계가 있음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우리 딸은 26개월에 처음으로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엄마, 아빠, 물 이렇게 세 단어만 할 줄 아는 늦깎이였다.

26개월의 시간 동안 아이는 오랫동안 '듣는 시간'을 가졌다그러다가 26개월이 지나면서 단어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언어 폭발의 시기가 찾아왔고, 나중에는 수다쟁이로 변신하게 되었다.


성인도 새로운 언어를 습득할 때는 아이와 같은 방법으로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그 언어가 많이 나오는 음악, 방송, 영화를 보며 언어에 일단 나를 노출시키자.

맨날 듣기만 하는데 말이 안 나온다고 툴툴대지 말고, 집중해서 많이 들어보자. 

듣다 보면 조금씩 아는 말이 나와 흥미가 생길 것이고, 다음 단계로는 말을 하는 환경에 다시 나를 놓아두면 된다. 

영어 회화 강의이건, 전화영어이건 어쩔 수 없이 내가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보자.




사실 영어는 많은 직장인들의 숙원사업 같은 것이라,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수백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나의 방법과 팁은 내가 언어를 배우며 터득한 것이라, 다른 분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점이다.

내가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가에 따라 내 영어 실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노력하지 않은 상태로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는 말자.

내 노력의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고민해 보자. 지금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는 셀프 칭찬과 함께 말이다.


#몹쓸 #글쓰기 #몹쓸글쓰기



PS 마지막으로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저도 항상 자막 켜고 영화나 미드를 봅니다. 자막 없이 보면 이해가 다 안되서 재미없거든요 ㅎㅎ 

그래도 영어 실력이 늘었냐구요? 제 대답은 yes 입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아주 많이 봤기 때문이죠. (영어 공부 목적이 아닌 순수 재미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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