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조직개편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팀원들과 미팅을 가졌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에 대해 궁금한 사항에 대해 알아가는 자리였다.
미리 각자의 주요 역할, 업무적인 성향이나 개인적인 성향, 서로 협업하고 싶은 사항을 얘기해 달라고 언질을 했던 터였다.
한 팀원이 자기소개를 마치자 다른 팀원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A님에게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예상외의 질문이었다.
T성향의 내가 생각한 자기소개 방향은 철저하게 일 위주의 드라이한 방식이었다.
행복을 묻는 의외의 질문에 모두가 놀랐고, 덕분에 또 모두가 행복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태국에 가서 브루노 마스 공연을 보고 온 순간을 떠올리는 팀원, 어젯밤 산책길에 본 벚꽃이 좋았다는 팀원, 육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 순간 행복했다는 팀원 등 다양한 대답을 같이 들었다.
서로의 행복한 순간을 들으며 같이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설령 누군가는 나에게 그 단어를 얘기했을지라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요즘 회사에서 생긴 일련의 사건들로 번아웃이 찾아왔다.
감당하기 힘들다 생각했고, 가끔은 앞날이 깜깜해져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깜깜한 터널 안에 갇힌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내 삶의 활기와 동기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사실 업무로 너무 바빠 이날의 자기소개 미팅도 취소할까 여러 번 망설였었다.
하지만 이 날 의도치 않게 들었던 '행복'이라는 단어 덕분에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오늘의 나는 언제 행복하다 느꼈는가?
할 일이 많아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매번 점심을 대충 먹었는데, 오늘은 동료들과 오랜만에 맛있는 가정식을 먹고 이야기도 나눈 순간
점심을 먹고 잠깐 짬을 내어 회사 앞 벚꽃길을 10분 동안 걸으며 다른 세계에 온듯한 기분을 느낌
아침 운동을 하며 본 SNL의 한 장면이 너무 웃겨 혼자 눈물을 찔끔거린 순간
팀원들과의 회의 시간 자유로운 생각/의견 교환을 통해 아이디어의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느낄 때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 생각한 일을 동료들과 같이 하면서 나누었을 때
행복을 느낀 순간에 대해 답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모두 평소에는 잘 몰랐던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행복들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행복은 저기 멀리 있는 파랑새가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작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행복은 강가의 조약돌 같은 존재이다.
발에 치일 정도로 아주 많아 그게 행복인지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잠깐 멈추고 조약돌들을 하나씩 관찰하면, 둥글고 반짝거리고 예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당연히 내 옆에 놓인 존재가 아니라, 내 옆에 있어서 감사한 존재로서 말이다.
오늘은 나에게 주어진 어떤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일상의 작은 일이라도 행복이라 생각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고 다짐해 본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