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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Apr 24. 2024

모든 것을 잘하려다가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업무의 우선순위 정하기

팀원과의 1:1 대화 시간. 

팀원은 머뭇거리며 요즘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일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서 너무 힘들어요. 놓치는 일도 많아지고, 더 잘해야 되는 일들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똑같아 나도 모르게 내 얘기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일단 꾹 눌러 담는다.

게다가 나는 T성향이라 해결책을 바로 제시하는 것이 더 편하다. 하지만 내 본성을 거스르고 일단 팀원의 속마음을 듣고자 질문을 던져 본다.

"일이 많았던 적은 과거에도 있었는데, 이번이 힘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해?"


팀원은 요즘 새로운 업무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배우고 이해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상황상 기존 업무를 100% 해내면서, 새로운 업무까지 잘 해내야 하니 부담감이 크다고 답한다.

연차도 생기고 회사 생리를 빤히 알다 보니 자신이 무엇을 해서 회사에 기여해야 되는지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잘 해내려면 주말까지 뼈 빠지게 일해도 안될 것 같아 막막하다고 말하는 그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은 대화를 더 해보고 싶었지만 당장 처리해야 될 일이 많았던 우리는, 아쉽게도 답답한 마음을 가진채 시간 내에 미팅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의 대화를 생각하며 나는 팀원에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면 도움이 될까 생각해 봤다. 

사실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보라는 뻔한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았다. To-Do List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보면서 스트레스만 받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팀원이 얘기한 말 중에 '잘해야 된다'라는 단어가 퍼뜩 떠올랐다.

맞다. 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어 하지만 나의 팀원은 그 누구보다도 일에 진심인 사람이다.

강점분석을 했을 때도 1위가 '최상화'였는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조금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이미 잘해서 칭찬을 받은 일도 다시 들여다보며 더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일 자체를 자신이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잘 해내는 것이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그를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월급 받은 만큼만 적당히 하지 뭘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고 할 때가 많다고 한다. 저마다 인생의 주요 가치가 다를 텐데 참으로 무지하고 잔인한 말을 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에 진심인 팀원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다.

그가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팀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이 몰려 감당하기 힘들어진 상태가 심각하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회사 상황상 그 업무를 직접 줄여줄 수 없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되었다.




어떤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다 잘 해낼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잘하려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이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자신에게 일을 잘 해내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에 더 잘하고 싶은 나의 열정을 쏟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만약 이것이 안된다면 똑같은 상황에서 계속 괴로워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라는 것을 접했다.

업무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한 도구라고 하는데, 2X2의 행렬로 구성되어 세로축은 중요성, 가로축은 긴급성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업무를 아래와 같이 구별하고 있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회사에서는 '긴급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 맞지만 그것의 중요도에 따라 에너지를 나누어 사용해야 된다.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나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열심히 한 후, 결국 장기적으로 추구할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것이 나의 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 같다.


렇게 말하다 보니 역시나 뻔한 소리를 하며 실직적인 도움을 못 주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그리고 결국 내가 팀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긴급성과 중요성을 표시해서 일을 팀원들에게 분배해 주는 것이라는 깨달음도 얻는다.

모든 것을 다 하라고 시키는 순간, 그들이 느낄 일의 강도는 항상 '강강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단지 팀장의 욕심일 뿐이니까 말이다.


모든 것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중요한 한 가지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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