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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Apr 29. 2024

커피바에서 느낀 일에 대한 진심

일에 진심인 사람들의 공통점

지난 주말, 학원에 가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남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동네 카페로 향했다.

검색해 보니 이곳은 에스프레소 월드챔피언 대표님이 운영하는 에스프레소 바라고 한다. 

카페인에 취약해 커피를 잘 못 마시고 커피 맛도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극찬하는 커피라고 하니 궁금증이 일어 꼭 가보고 싶어졌다.


간판에는 COFFEE BAR라는 글자가 심플하게 새겨져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피를 만드는 공간이 꽤나 비중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방금 바버샵에서 머리를 다듬고 같은 헤어스타일에, 정장과 나비넥타이를 갖춰 입은 바리스타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에스프레소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써서 못 마실까 봐 걱정하는 나를 위해 '에스프레소 콘파냐'라는 메뉴를 추천해 주셨는데 한 입 마셔보니 너무나 내 취향이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모두 카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우리 회사 건물 1층에는 스타벅스 리저브가 있어 원한다면 언제나 양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주말 동안 방문한 이 에스프레소 바에서 내가 기존에 다녔던 카페와 다른 무언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다가온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철학'이었다.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든 커피와 그 커피를 담을 수 있는 공간. 

내가 느낀 이곳의 다른 점을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본다.


커피를 대하는 자세

한 마디로 커피에 진심이다. 최고의 커피맛을 내기 위해 원두뿐 아니라 추출법, 온도, 손님에게 서빙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 

직접 개발한 메뉴의 특성에 맞는 커피 맛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더 좋은 커피를 내리려고 노력한다. 이들에게 커피는 한 잔의 음료 그 이상이다.


커피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도된 공간

이곳은 양이 적고 맛이 강렬한 에스프레소를 짧은 시간 안에 마실 수 있도록 스탠딩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에 많이 있는 에스프레소 바의 형태라고 하는데 한국식 카페와 타협하지 않고 그대로 공간의 매력을 살린 점이 더 매력 있게 다가왔다. 손님들도 이 공간을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나중에는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커피맛에 대한 끊임없는 피드백

중심부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손님의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내가 머무는 시간 동안에는 한 노부부가 오셔서 쓴 커피를 못 마시니 달달한 것으로 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추천받은 바닐라빈라테가 생각보다 달아 잘 못 마시는 모습을 본 바리스타님은 손님과 계속 대화하며 당도를 맞춘 새로운 메뉴를 다시 제공해 주셨다.

그 외의 다른 손님과도 커피 맛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추천해 주시는 모습이 보였다.




에스프레소 바 예찬론을 펼치다가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 장소들의 공통점이 떠오른다.

동네 미용실 원장님과, 한의원 원장님. 얼핏 보면 관련 없어 보이는 그 둘을 잇는 단어는 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장인 정신이다.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내 일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는 사람들은 일을 대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그리고 그 자세로부터 나오는 내공도 남다르다.


말 동안 일본의 한 경비회사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일본에서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경비 업체 근무자에 대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27살의 젊은 사장님은 유니폼, 도구, 깃발 흔드는 동작까지 '멋지게'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젊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비 회사가 되었다고 한다.

남들에게는 단지 경비 도구일 뿐이지만, 이 회사 사장님에게는 최고의 경비를 할 수 있는 철학이 담긴 중요한 물건이다.


자신만의 장인 정신과 일에 대한 철학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배울 것이 많은가.

에스프레소 바에 있던 시간은 짧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하고 싶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명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더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몹글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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