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긍정적인 사람들
종종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내 앞에 몰아닥치면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을 느낀다.
'하아, 이 많은 일들을 언제 다 하지.'
머릿속은 이미 이 일 말고도 해야 될 다른 일들로 꽉 차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이 더 생기면 마치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마구 불어난 느낌이라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끝낼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들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어 진다.
잠을 자고 나면 이 모든 일들이 자동으로 없어진 상황을 꿈꾼다. 혹은 다 내려놓고 나 혼자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상상도 해본다.
이런 나의 성향은 책임감이 강하고 불안감이 높은, 타고난 기질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것이 회사일이건 집안일이건 상관없다. 어떤 일이든 간에 주어진 일들을 끝까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면, 그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 더욱 커질 뿐이다.
회사일로 유독 정신없이 지냈던 평일이 끝나고 맞이한 어느 주말.
원 없이 잠자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주말이지만 바쁜 하루였다. 병원 진료, 학원 데려다 주기, 부모님 선물 사기, 장보기, 밥 하기 등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일들이 내 앞에 미션처럼 놓여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몽땅 내가 오늘 하루 안에 해야 되는 것들이라는 생각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감고 싶어졌다.
아침부터 짜증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한다.
"괜찮아, 나눠서 하면 다 할 수 있어, 별 일 아니야."
긍정적인 성향의 남편은 해야 할 일이 많아도 '그까짓 것 하면 되지 뭐.'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이런 남편의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이 나를 더 힘들게 했음을 깨달았다. 시간상 안 되는 것들은 내려놓고 일부는 남편에게 부탁하면 되었을 텐데... 나는 그냥 모든 것들을 '혼자서 완벽하게' 다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책임감은 사실 회사에서 더 많이 발현된다.
팀원들이 힘들까 봐 일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혼자 끙끙댈 때가 있다. 특히나 위에서 갑자기 배경지식 없이 시킨 일들을 당장 내일까지 해야 되는 순간들이 그러하다.
시간은 없고 자료의 수준은 높아야 하니 혼자 죽상을 쓰고 일하다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나에게 결재를 받으려고 왔던 팀원들은 내 모습을 살피며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대부분 격한 공감과 함께 조금이라도 같이 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제시하곤 했다.
괜찮다고, 같이 하면 금방 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이런 반응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는데, 모든 걸 혼자 다 짊어지고 떠안으려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런 순간들을 맞이할 때마다 내 안에 감사함이 차오른다.
내 옆에는 '괜찮아 요정들'이 많구나!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나타나 괜찮다고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들은 긍정의 힘으로 부정의 늪에 빠진 나를 치유해 주는 힐러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일을 잘게 쪼개서 부담 없이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다시 합쳐서 하나의 큰 일을 완수해 나가는 과정.
머리로는 알지만 잘 실천하지 못했던 이 과정들을 그들과 같이 하는 순간들이 진심으로 즐겁다.
그리고 그 과정을 그들과 같이 하다 보면 크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어느 순간 끝내져 있었다.
내가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좋아졌듯이, 나도 누군가의 '괜찮아 요정'이 되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도 '괜찮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힘든 순간 소중한 누군가의 긍정적인 언어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진정으로 잘 알기에...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