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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un 11. 2024

흔들려도 괜찮다 말해주고 싶다

상담을 해주고 싶은 마음

얼마 전 주말 중학생 딸과 마라탕 데이트를 했다. 각자 좋아하는 재료를 바구니에 담고 조리가 되길 기다리는 시간, 우연히 옆 테이블의 청년 커플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유난히 좁은 가게라 거의 붙어 있는 테이블 사이로,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화 내용이 들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나이인 것 같았다. 여자친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고, 남자친구는 수영 관련 사업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듯해 보였다. 대화가 뭔가 안 풀리는지 둘은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아는 형이 수영 강사를 하다가 수영장을 차렸는데, 회원님들한테 입소문 나기 시작하면 이쪽도 괜찮대."

남자친구가 이렇게 얘기하자 여자친구는 불안한 눈빛으로 대답한다. 나는 네가 조금 더 안정적인 직업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사업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동반하지 않냐며 되묻는다.

남자친구는 열심히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얼마든지 이쪽도 비즈니스 가능성이 있고 해 볼 만하다고. 그리고 사업이 만약 잘 안될 경우 수영 강사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인다.

사실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자신과 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남자친구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길이 너무 불안정해 보여 걱정이 된다. 그래서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평생을 같이 하고 싶어 한다. 노후가 보장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그녀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남자친구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다를 뿐이다.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왠지 그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얼마 전 커피챗 상담 신청자가 했던 진로 고민과도 겹쳐 보였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비단 이 커플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내가 대화를 듣고 있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천성적 오지라퍼라 그런지 몰라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참견하고 싶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에게 한 번씩 물어가며 서로의 내면을 조금 더 이해하게끔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 각자 깊게 고민하는 마음 그 자체를 알아주고 싶었다. 그들이 갖는 불안과 불확실성은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걱정 말라 토닥여주고 싶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잠깐 멈추고, 내가 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이렇게 요약해서 말했을 같다.

"바람에 흔들릴지라도 결국 너는 너의 길을 찾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것이 공무원의 모습이던 사업가의 모습이던 아니면 둘 다 아닌 제3의 다른 직업이든 상관없다. 커플 중 한 명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한 명은 틀린 것도 절대 아니다. 둘 다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 중인 것이고 각자의 중간 결론이 다른 것뿐이다. 앞날이 안 보이는 막막함 때문에 불안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할 수도 있다. 


사실 흔들리는 삶은 인생 여정에서 필연적이다. 고3이 끝나면, 승진을 하면, 결혼만 하고 나면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 같지만 인생은 결국 흔들림의 연속이다. 남들은 다 잘 닦아 놓은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인생은 SNS의 삶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도, 위대한 사람들도 모두 흔들림을 겪어 왔다. 반듯하기만 한 직선 도로의 삶은 동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이다. 심지어 동화도 항상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있지 않은가? 동화 속에도 마녀와 용이 나오고, 높은 산을 넘어야 성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니 지금 그대 흔들리고 있다면, 너무 불안해하지 말기를. 

인생에 정답 따위는 없다. 다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원하는 것을 잘 들어야 한다. 그것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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